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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7 금/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 안에 숨 쉬는 생명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16 조회수1,199 추천수6 반대(0) 신고


    부활 2주 금 요한 6,1-15(15.4.17)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요한 6,12)


Multiplication of the Loaves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 안에 숨 쉬는 생명  

 

권력을 가진 이들의 눈에는 몇백명쯤의 목숨이나 빈자들의 외침은 무시해도 좋을 하찮은 것일지 모른다. 일상의 삶에서 나보다 못한 소시민들의 움직임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겨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고, 어쩌면 관심을 둘 마음의 여유마저 없을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힘에 따라 이리저리 쏠리고, 가시적인 실적이나 눈에 띄는 그럴싸한 외양을 좇고 있는 듯하다. 예수님께서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이들에게 주신 빵의 표징은(6,10) “새로운 파스카”를 상징한다. 예수님께서는 옛것의 종합이실 뿐 아니라, 비록 옛것에서 나왔으나 그것을 무한히 초월하는 ‘새로움’ 자체이시다. 군중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알아보아서가 아니라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을 보고서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까지 그분을 따라갔다(6,2).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6,5) 하고 물으셨다. 이에 필립보는 인간적인 계산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분이 모든 것을 주시는 ‘생명의 빵’이심을 믿지 못하였다(6,7). 안드레아도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밖에서 곧, 한 소년이 가지고 있는 보잘것없는 빵과 물고기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6,9).

예수님께서는 군중들과 제자들의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미약한 믿음을 탓하지 않으시고 ‘가난한 이들이 먹는 보리빵과 생선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6,11) 친히 군중들에게 나누어주신다. 이렇게 그분은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이요(6,27), 세상에 ‘생명’을 주는 ‘살아있는 빵’이요 ‘살’(51ㄷ절)이며, 모든 생명에 힘과 생기,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생명의 원천’으로서 예시되고 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다 나누어주신 다음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6,12) 하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그렇게 군중들과 제자들의 눈에 남은 빵조각처럼 보잘것없고 힘없어 보일지 모르나, 하느님의 생명을 지닌 메시아이며 모두를 살리고도 남는 ‘생명의 빵’이시다.

빵의 표징을 보고 체험한 군중들은 몰이해에 빠져 예수님을 억지로 임금으로 모시려 한다(6,15). 그들은 하느님을 찾으려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정치적 메시아를 찾고 있었고, 메시아를 찾아 떠났으나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자기들의 필요와 자신들이 만든 틀에 맞추려 하였다. 예수님께서는 ‘혼자 있기 위해’, 곧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해 그들을 피해 가신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예수님께서는 군중의 어리석음을 경고하시며 깨우칠 ‘침묵의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당신의 메시아로서의 길이 군중의 생각과는 다름을 보여주신다.

우리도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하여, 그리고 ‘생명의 양식’이신 그분을 알아보기 위해 떠나자. 현실을 살아가면서 박해와 고통과 심한 소외, 고독을 느낄 때 홀로 하느님께로 물러가 ‘생명의 빵’을 먹고 다시 시작하도록 하자. 홀로 있음은 하느님의 숨길 아래 자신을 두고, 맡기는 것이다. ‘홀로 있음’은 그분의 생명의 기운, 그분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얼과 기운을 받는 기본자세이다. 우리 자신도 보잘것없는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와도 같은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생명이신 하느님을 품고, ‘생명의 빵’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는다면 모든 이에게 하늘나라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나 자신만 좇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홀로’ 머물며,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들과 힘없는 이들, 저 변두리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며 그 안에서 들려오는 주님을 찾아가 만나보면 어떨지...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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