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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9 주일/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유령인가? 땅 위의 신앙인인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18 조회수966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3주일 루카 24,35-48(15.4.19)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루카 24,47)



The Appearance to the Disciples in Jerusalem

 

 

                   


 유령인가? 땅 위의 신앙인인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의 수만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어떤 이들은 땅에 발을 딛고 하늘만 쳐다보며 살아간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하늘에 마음을 두되 땅에서 그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늘 복음에서 길을 찾아보자! 루카 복음 전체의 결론에 해당하는 오늘의 복음은 ‘그리스도의 발현’ 이야기와 더불어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를 온 세상에 선포해야 할 증인임을 말해준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24,37). ‘유령’은 정신 또는 영혼을 가리키는 말로서, 루카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죽임을 당하셨던 바로 그 몸 그대로 지금 실제로 살아 계시므로 참으로 부활하셨음을 말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살과 뼈가 있음을 보여주시고(24,39) 또 제자들 앞에서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잡수심으로써 당신의 부활하신 분의 몸이 곧 사도들이 십자가상에서 보았던 고통을 당하신 몸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부활 이전의 그리스도와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같은 분이시며, 십자가 사건과 부활사건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지는 구원사건임을 말해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계셨을 때 가르치고 행하셨던 그 모든 것과 십자가 신비를 성경 말씀에 비추어서 봐야 함을 확인시켜주시면서, 성경을 깨닫도록 마음을 열어주셨다(24,44-45).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 뵙고 체험한 제자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죄의 회개를 모든 민족에게 선포하는 일’(24,47-48)이다. 부활의 신비는 제자들의 복음선포 사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다시 말해 ‘죄의 회개’의 선포란 바로 주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것이다. 이는 부활의 신비를 어떻게 바라보고 부활하신 분의 삶에 어떻게 참여하느냐 하는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저 먼 하늘’이나 ‘초월의 신비’ 속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죽음 전과 후가 다름없이 실제로 살아계신 부활의 주님’ 안에서 나의 생각의 전환, 행동의 개선을 이루어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죄의 회개’의 증거일 터이다.

어떻게 '유령'이 아니라 실제로 ‘지금 여기’에 살아계신 부활하신 주님을 선포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땅’(세상)에 살면서 땅을 보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며 그릇된 영신주의나 신비 속으로 도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현실의 고통, 사회적 불의, 정치권력과 기업가들의 부정부패, 인간 존엄성의 말살 앞에 눈감아서는 안 된다. 하느님께서 죽으시어 부활하신 것처럼 ‘하늘’을 품고 ‘땅’에서 그 사랑을 노래하고 그 사랑이 현실화되도록 죽어야 한다. 나 자신의 건강과 유익을 앞세우고, 자기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 쏟으면서도 사회문제에 무관심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연대하고 사랑을 실천하기보다는 신앙의 이름으로 국가수호를 표방하며, 입으로는 세상과 교회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 모습이 곧, ‘유령’을 찾고 있는 거짓 신앙, 신앙의 탈을 쓴 연극이 아니고 무엇일까? 나는 ‘땅’에 발을 딛고 멍하니 하늘만 보며 살아가는 ‘유령’인가? 아니면 ‘하늘의 뜨거운 사랑’을 품고 땅위에서 더불어 고민하고 아파하는 세상 속의 부활한 신앙인인가?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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