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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내 조각배 위로 예수님께서 올라오시기를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19 조회수776 추천수12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내 조각배 위로 예수님께서 올라오시기를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두렵고 떨려서 머리카락이 온통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어린 시절 밤길을 홀로 걷다가 공동묘지 앞을 지나 갈 때라든지 폐가 속에서 한 걸인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 모골이 송연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예수님에 앞서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배를 타고 먼저 떠난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밤바다, 거센 바람, 높은 풍랑으로 갈팡질팡 힘겨워하던 제자들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스승님께서 물위를 걸어 다가오셨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라도 딱 두려움에 떨 조건입니다. 제자들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습니다.


 

스승님을 보고 반가워하기는커녕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 아직도 제자들이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직도 제자들의 내면에는 스승 예수님의 신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스승인 예수님이 삼라만상을 다스리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하늘과 바다마저 주재하시는 능력의 하느님이시라는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의 보편적인 이치와 상식을 훨씬 능가하는 초월자이심을 제자들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스승님의 출현 앞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 안에 들어있는 제 모습을 바라봅니다. 때로 저 역시 하느님이 신뢰의 대상이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때로 하느님은 아직도 너무 먼 당신, 너무 막연한 대상입니다. 저 역시 제자들 이상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는가봅니다.


 

예수님을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인데, 예수님 안에 자비와 인내로 충만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현존해계시는데, 하느님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를 당신 눈동자보다 더 아끼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신데...


 

하느님은 우리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힘겹게 살아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으십니다. 두려움을 떨치고 힘차게 일어서기를 바라십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이 세상, 때로 호의적이지 않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안심 속에 살아갈 것을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서 방법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인생이란 이 작은 우리 각자의 조각배 위로 예수님께서 올라오시는 것입니다. 그분과 함께 밤바다를 항해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높은 파도 앞에, 휘몰아치는 세속의 광풍 앞에, 칠흑처럼 어두운 인생의 긴 터널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분노로 가득 찬 무서운 얼굴이 아니라 인자함과 따뜻함으로 가득 찬 사랑의 얼굴로 우리가 타고 있는 조각배 위로 올라오십니다. 환한 웃음과 함께 당신 자비의 두 팔을 활짝 벌리시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마침내 한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복음 6장 20절)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니 겁내지 마라. 내가 너의 힘을 북돋우고 너를 도와주리라. 내 의로운 오른 팔로 너를 붙들어 주리라.”(이사야서 41장 10절)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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