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슴산책] 굳이 멀리 가실 필요 없습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21 조회수985 추천수13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굳이 멀리 가실 필요 없습니다!


 

빵을 많게 하신 기적을 통해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바라셨던 바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께서 백성들 사이에 분명히 현존하신다는 진리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요? 하느님 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예표를 보여주시기 위함이 아닐까요? 하느님 앞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확신시켜주시기 위함이 아닐까요? 결국 예수님을 뵙는 것이 곧 하느님 아버지를 뵙는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군중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놀랍고도 신기한 기적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적을 한번 맛본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기적, 더 크고 대단하고 특별한 기적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군중은 대단한 능력자 예수님으로부터 또 다른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께서 어쩌면 이 암담하고 부조리한 이스라엘의 고통스런 현실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세속적인 기대 말입니다. 이런 군중의 심리를 잘 꿰뚫고 계셨던 예수님이셨기에 정곡을 찌르는 한 말씀을 던지십니다.l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복음 6장 26절)


 

예수님께서는 육적이고 물질적인 만족 때문에 당신을 쫓아다니는 군중을 꾸짖으시며 한 단계 앞으로 더 나아가라고 초대하고 계십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는 육적인 양식이 아니라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는 불멸의 양식을 찾기 위해 힘쓰라고 권고하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복음 6장 27절)


 

오늘날에도 뭔가 특별한 것, 뭔가 신기한 현상을 쫓아 멀리까지 다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거기서 구하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특별하고 황홀한 신비 체험, 마치 거짓말처럼 이 고통스런 현실에서 한 순간에 벗어나는 것...이런 것들은 어찌 보면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세상의 양식입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굳이 멀리까지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본당 성당 안에 하느님 아버지께서 현존하십니다. 우리 공동체에서 매일 봉헌되는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는 영원한 빵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본당 고백소 안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는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람직한 신앙이 어떤 것일까, 묵상해봅니다.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광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믿는 그런 신앙은 점검이 좀 필요한 신앙인 듯합니다. 한 지도자가 지나치게 신격화되고 과장되게 포장되는 신앙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의 가치나 존엄성이 훼손되는 그런 신앙 역시 진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가르침과 인간의 이성이 잘 조화된 신앙, 인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본 상식과 예의가 존중되는 신앙, 단 한 번에 모든 것이 다 성취되기보다 돌탑 쌓듯이 오랜 세월을 두고 꾸준히 쌓아 올라가는 그런 신앙,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꾸준히 희망하며 나 자신의 비참함을 견뎌내는 신앙...이런 신앙 어떤가요?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