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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착한 목자의 미움 받을 용기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25 조회수1,140 추천수11 반대(1)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5년 나해 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


  
복음: 요한 10,11-18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착한 목자의 미움 받을 용기 >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이란 책에 천직을 찾았는가?’라는 제목으로 리사 랭이라는 작가가 기고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리사 랭은 나이 일흔을 바라보지만 자신의 첫 책을 지금에서야 출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은 한 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기는 했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은 영문학을 전공하여 졸업 후 영어 선생님으로 매년 같은 문법 수업만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따분한 일을 견딜 수 없어 얼마 만에 그만두고 기자로 취직을 했지만 그 분야의 소식을 전하는 수준의 글밖에는 쓸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30년 넘게 해 온 직업이 출판 편집자였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나 편집을 하는 것이나 샴쌍둥이와 같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편집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믿고 그렇게 생계를 꾸려온 것입니다.

30년 편집자로 살고 승진하여 이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작가들을 찾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심한 고공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합니다. 미국 전역을 버스만 타고 며칠이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버스에서 자신의 출판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유명한 여행 작가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 하던 도중 그녀도 비행기를 타는 것을 무척 두려워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세계 안 돌아다녀본 곳이 없는 전문 여행 작가인데도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무섭고 싫은 비행기를 어떻게 매번 탈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그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직이니까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사실은 지독한 배멀미쟁이었어요.”

천직’. 리사 랭에게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직업도 목숨을 걸 수 있을만한 천직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당장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고 비행기를 탔고 그렇게도 소원하던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도 그 일 자체에 목숨을 걸 수 있다면 그것이 하늘이 내린 천직인 것입니다.

 

천직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직업입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직업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저 삯꾼으로 살고 있습니까? 삯꾼이란 돈을 주지 않으면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직은 돈이 아니어도 그 일만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을 만큼 그 일을 사랑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평생 단 하나의 그림만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없었지만 그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돈보다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여건상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굶어죽어야 하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원하지는 않지만 돈을 주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합니다.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착한목자주일이라고도 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성직자들은 그리스도의 모범으로 신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이들이어야 합니다. , 성직이란 천직이란 뜻입니다. 돈 때문이 아니라 하늘이 맡겨주신 일이기에 천직인 것입니다. 따라서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위해서도 목숨을 걸 수 있어야합니다. 그러나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데서 오는 어떤 다른 보상을 원한다면 그는 삯꾼일 것입니다. 삯꾼은 돈에 관심이 있지 양에 관심이 없습니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 가고 양 떼를 흩어 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삯꾼의 특징은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사제로서 떠받들어주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화를 냅니다. 이런 유혹은 사제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봉사하는 모든 이들이 겪게 됩니다.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에 새러 버그먼이란 자매는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원하는가?’란 제목으로 자신의 지나친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그녀는 교회에서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로 일하였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봉사하였습니다. 그런데 10월이면 성직자에게 감사하는 날이 있었는데 오직 그 날만 되면 힘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직자들이 모든 영광을 받을만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서러워 견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는 누구 하나 고생했다고 선물을 주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카드와 선물 등을 사목자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책상에 선물과 카드가 수북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게 축하해 주고 있던 어느 날, 한 자매가 수고한다면 봉투를 하나 주었습니다. 선물인줄 알고 열어보았는데 교리를 위해 걷고 있는 휴지심들이 잔뜩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바라며 봉사생활을 해 왔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돈만 바란다고 삯꾼이 아닙니다. 보상을 바라면 다 삯꾼입니다. 보상 중에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큽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자신이 치는 양들을 통해서 얻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신자들이 자신을 싫어할까봐 봉헌이나 죄나 지옥과 심판 같은 것들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그저 이 세상에서 잘 살게 된다는 희망이나 위로의 이야기만 합니다. 그렇게 신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강론만 하며 신자들의 애정을 구걸하는 목자들이 돈만 바라는 목자들보다 더 무섭습니다. 돈만 바라는 삯꾼은 양들이 바로 눈치를 채고 조심하는데, 그들의 호감을 얻으려는 목자들은 그들을 꾀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단체로 이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 어떤 절에 가서 이런 인상적인 홍보 구절을 보았습니다.

부처님은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어쩌면 요즘 종교들이 대부분 이런 현세적 이익을 얻기 위해 부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그러는 중에 하느님도 그런 분으로 전락시킵니다. 그저 이 세상에서 우리를 잘 살게 해 주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심부름을 해 주어야 하는 금송아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세속화를 이끄는 목자들은 인기가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독이 되어 전체 교회를 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결코 건들지 않는 인간의 가장 존엄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유입니다. 이 자유 때문에 스스로 지옥에 가려고 믿지 않는 이들을 구원하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도 사람의 자유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그 자유를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미워할 수 있는 자유를 존중하는 목자가 진정으로 양떼를 사랑하는 목자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에서 죄를 지을 수 있는 꺼리를 놓아두셨고 또한 인간을 지옥에 가도록 놓아두기 때문에 그분이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강요하지 않는 애정을 목자들이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양이 계속 우리 밖으로 나가면 막대기로 양들을 미움 받을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들어 높임을 받는 것이 하느님 눈에는 가증스럽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착한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는 하지만 절대 애정을 강요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목자인 것입니다. 누구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고 애정을 얻으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사랑을 빙자한 삯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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