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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4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4-27 조회수660 추천수7 반대(0)

어제는 성소주일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날씨를 주셨고, 신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성소주일 행사가 잘 끝났습니다. 예전에는 성소주일을 담담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교구의 성소국 일을 맡은 후에는 성소주일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새삼 예전에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하느님께서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에게 지혜와 능력을 주십니다.’ 성소주일을 지내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이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씨는 밭의 상태에 따라서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자갈밭, 길가, 가시덤불에서는 씨는 뿌려졌어도 열매를 맺기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비옥하고, 넓은 땅에 떨어진 씨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구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신앙과 하느님이었습니다. 가정이 신앙과 하느님의 사랑으로 넘쳐나기에 성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가족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사제, 수도자가 되는 자녀들을 축복하였고,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바로 이런 터전에서 성소자들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의 밭은 어떠한가요?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성공, , 출세, 공부가 대부분입니다. 자본주의는 재물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돈이라면 양심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는 세상입니다. 돈 때문에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배반하는 세상입니다. 화려한 도시의 조명, 쉴 새 없이 나오는 방송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큰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잠시 쉬는 여유, 침묵 속에 느끼는 기쁨을 빼앗고 말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착한 목자이야기를 하십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뒤를 이어 조선의 두 번째 사제가 되었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은 두 가지를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양반과 천민이 없는 평등한 세상입니다. 서양의 학문을 배웠던 최양업 신부님은 바로 그런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고, 그런 나라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나라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하기 전에 먼저 조선의 문화와 전통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사람이 되셨고, 사람들의 생각과 사람들의 언어를 배우셨듯이, 선교사들은 먼저 선교해야 하는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배워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야만 충돌 없이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에도 이런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유대인들과 사도들은 서로 생각이 많이 달랐습니다. 같은 유대인이었고, 같은 전통과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이었지만 유대인들은 사도들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의 체험한 예수님을 전하려고 하였고, 유대인들은 사도들의 말을 알아들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전통과 자신들의 신념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하지만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남과 북의 대화도 그렇고, 거의 모든 일에 합의를 보지 못하는 정치인들도 그렇습니다. 저도 동료들과 대화를 할 때 듣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선입견 때문에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사목적인 결정을 하였습니다. 사람을 해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라면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은 결정을 통해서 교회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을 지닌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참된 선교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소금처럼 우리가 희생과 사랑으로 녹아들어가는 것입니다. “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렇게 하여 나는 목숨을 다시 얻는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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