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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4 월/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령 안에서 정체성을 사는 길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03 조회수1,141 추천수8 반대(0) 신고
 

    부활 5주 월 요한 14,21-26(15.5.4)
 
"성령께서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6)


 
 
 


  성령 안에서 정체성을 사는 길  

 

오늘의 시대는 다문화, 다종교, 융복합, 정보화에 따른 다중접속의 사회이다. 이런 사회 환경의 변화 때문만은 아닐 터이지만 신앙인들마저도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 곧 고유한 색깔을 찾고 보존하며 그에 따라 소신껏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신앙을 여러 선택사항 중의 하나이거나 필요시 이용하는 피난처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시대와 역사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자신의 동일성과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는가?

오늘 복음에서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15절에서 언급했던 말씀을 되풀이함으로써 보다 심오한 이해의 차원에로 들어간다. 예수님의 계명을 지키고 그분께서 몸소 보여준 모범(발 씻어줌)을 따르는 사람만이 ‘진실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참여했던 하느님과의 관계에 참여하게 되고,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받게 된다. 또한 예수님도 그를 사랑하시고 ‘그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실 것이다.’(14,21)

예수님의 계시는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소유를 추구하는 세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14,22 참조). 예수님의 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느님과의 완전한 통교, 특히 하느님의 참모습이 나타나 보이는 한없는 사랑의 통교이다. 예수님을 알아 뵙고 하느님과 일치하려면 그분을 믿고, 그분의 말씀을 사랑으로 실천하는 길뿐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논리적 지식을 넘어선 신앙이 필요하다. 이 신앙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고 말씀 안에서 받아들이는 실존적인 개방을 말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14,23)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세상적인 그 어떤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앙과 사랑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함’ 이 세 가지가 궁극적인 삶의 힘이요 방향이며 목표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러한 힘과 기준에 따라 살아가고, 온갖 불의와 고통과 시련에 도전할 수 있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믿는 이들을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과 깊이 결합될 수 있느냐 하는 관건은 그분의 말씀의 수용과 말씀에 따른 사랑의 실행에 달려 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 말씀에 의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자유와 사랑의 공간을 열어준다(14,24 참조). 세상 안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인 신자 공동체는 예수님 안에서 신앙의 중심과 핵심을 발견한다. 사실 신앙은 한 개인까지도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거처’로 만든다.

성령은 특정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가 공유하도록 교회에 오신 분이다. 성령으로부터 받은 다양한 직분과 은사는 공동선을 위해 나누어야 한다. 성령의 현존은 또한 공동체를 세상과 구별함으로써 그리스도인 정체성을 확인해 준다. 왜냐하면 성령은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모든 이들을 신앙과 희망과 사랑으로 이끌어주는 힘이시기 때문이다.

성령은 신자들의 가슴 깊은 곳에서 가르치는 교사이며,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상기시켜 준다(14,26 참조). 예수님을 믿고 그분 안에 머물며 그분의 사랑의 계명을 헌신적으로 실행하고,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김으로써 영의 사람이 되고 영이 아니고서는 내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음을 명심하자. 보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기고,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으며, 관념적인 지식에 만족하지 않고 사랑을 실행하는 영의 사람이 되어야겠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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