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09 조회수847 추천수7 반대(0)

  

 

한 달에 한번 예전 적성 본당의 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처음 만난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지난 2,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한 아이가 우연히 길에서 저를 알아보았고, 그 뒤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1999년에 적성 본당의 주임신부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적성에서의 3년은 제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가장 보람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적성 본당으로 간 것도 저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동창 신부가 주교님께 저를 추천하였고, 저는 주교님의 명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주일미사 참례인원이 100여명인 작은 본당이지만 제게는 첫사랑과 같은 본당입니다.

 

처음에 한 일은 미사 참례를 한 신자들 중에서 번호표를 뽑는 것이었습니다. ‘은총과 봉사의 번호표였습니다. 은총의 번호에 당첨된 분들에게는 선물을 드렸습니다. 성경책, 묵주, , 바구니, 주전자와 같은 것들을 드렸습니다. 은총의 번호표에 당첨된 분들은 어린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봉사의 번호에 당첨된 분들은 주보 정리를 하고, 성당 청소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화단 정리를 하였습니다. 봉사를 하는 분들도 기쁘게 하셨습니다. 오늘은 누가 선물을 받고, 봉사를 할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두 번째 한 일은 태권도였습니다. 본당 교우 중에 도장을 운영했던 분이 있었습니다. 본당에서 도장을 만들고, 도복도 무료로 나누어주고, 수업료도 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성당에 와서 간식도 먹고, 태권도도 배우고, 교리를 배워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성당에 나오니 부모님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0여명에 불과했던 주일학생들이 10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청년들도 그때 성당으로 태권도를 배우러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간식, 도복을 위한 비용들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서울에서 여름캠프를 오면, 본당에 필요한 만큼의 비용을 주셨습니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하셨다는 분이 오셔서 감사헌금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세 번째 한 일은 농산물 직거래였습니다. 신자들 중에는 포도를 재배하는 분도 있었고, 양봉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쌀농사를 하셨습니다. 서울의 본당들과 자매결연을 하였고, 트럭으로 배달을 하였습니다. 가을에는 배추를 보내 드리기고 하였습니다. 자매결연을 한 본당에서는 사목위원들이 오셔서 피정을 하기도 하셨고, 청년들이 야유회를 오기도 하였습니다.

 

네 번째 한 일은 본당 신자들을 위한 차량운행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성당에 오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봉사자들을 모았고, 봉고차를 가지신 분들이 주일이면 4곳으로 차량운행을 하였습니다. 본당에서 차량운행을 하기 때문에 신자들은 편하게 성당에 올 수 있었고, , 마늘, 고추, 오이, 계란 같은 것들을 가져오셨습니다. 주일미사가 끝나면 신자들이 가져오신 것으로 점심을 해서 먹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선교여행을 읽으면서 적성 본당에서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길가의 돌들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감사한다면, 우리가 희망을 가진다면, 우리가 기도한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서 커다란 일들을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움을 드리는, 새천년 복음화 사도직 협회는 지난 55일에 설립 25주년을 맞이하는 행사를 하였습니다. 평신도들의 힘으로 25년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복음화 학교를 수료할 수 있게 한 것은 하느님의 크신 은총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5년을 지내면서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고, 때론 시련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런 장애물을 디딤돌로 삼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고, 지혜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이제 복음화 학교는 아시아의 선교를 위해서도 노력하려 합니다. 복음화 학교의 정신과 가치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회에로 전하려 합니다. 교회는 세속화의 거친 물살에 넘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25년을 준비하면서 이주민과 새터민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복음이 전해진다면 낯선 곳에서의 삶에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다면 가족들에게도 복음을 전할 것입니다. 새터민들이 복음화 된다면 앞으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에 북한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될 것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복음화 학교에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복음화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는 주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복음화의 사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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