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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10 주일/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관계 속에 꽃피는 사랑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09 조회수1,207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6주일 요한 15,9-17(15.5.10)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Love one another as I love you."
 
 


 관계 속에 꽃피는 사랑 

 

사람은 어디에서 왔는가? 사랑이신 하느님에게서 왔다. 사랑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사랑을. 사람은 왜 무엇을 위해 사는가? 사랑 때문에 사랑을 위하여. 사랑은 그렇게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요 존재이유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기적인 동기로 이용함으로써 불행과 고통을 자초하기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사랑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신다.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앞에서 나왔던 “머물다”(15,9-10)라는 말과 “열매를 맺다”(15,16)라는 주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15,9-10)라고 말씀하신다. 이어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함으로써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는 것임을 가르치신다(15,12). 예수님은 우리를 ‘친구’라 부르시며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랑이야말로 계명을 지키는 것임을 알려주신다.

우리가 살아내야 할 ‘계명을 지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구속을 위한 명령이 아니라 해방의 메시지요, 참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구약성경에서 알 수 있듯이 ‘계명’이라는 단어는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창조와 사랑과 자유의 ‘말씀’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의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이스라엘 백성의 삶 안에서 늘 메아리쳤으며, 그 말씀은 마침내 사람의 몸을 취하여 세상에 오셨다. 사람이 되신 그 말씀이 곧 우리 구원과 행복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어놓으신 예수님이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온 것이 곧 ‘계명’이다. 계명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함으로써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한 것이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될 때 우리 “마음에 기쁨이 충만할 것이다.”(15,11)

우리도 예수님처럼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해야 하겠다. 사랑은 자기를 떠나 자신을 잊고, 자기 소유를 포기하고 조건 없이 다른 이에게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리라! 이 흘러가는 사랑은 삼위일체의 친교에서 나온다. 참을 수 없는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사랑, 그 사랑이 흘러 말씀이 사람이 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 서로를 일치와 사랑으로 이끄시는 성령, 이 세 위격의 긴밀한 친교와 역동적인 사랑의 주고받음에서 사랑은 샘솟는다. 나에게서가 아니라...

사랑은 익숙한 존재에 고정되거나 정체되지 않고 흘러야 한다. 나와는 신분이 다르고, 더 못살고, 생각이 다르고, 심지어 밉고 싫은 이들을 향하여 흘러가는 그 사랑은 그래서 늘 어색하며 낯설고, 거북하며 새로울 수밖에 없다. 계명을 지키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어색함과 불편함과 낯선 것에 길들여지는 여정이다. 그래서 사랑은 쉽지 않은 죽음의 길이요, 갈등 속에 맞추어가는 길이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사랑은 타자(他者)에 대한 사랑의 흐름을 멈추지 않기 위해 나를 비워내는 작업이다. 서로 사랑하는 계명 실천은 ‘관계 넓히기’요, 관계를 발생시키는 출발점이다. 사랑은 상호작용이며 관계 안에서 드러난다. 성 프란치스코는 이런 상호간의 사랑을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형제들은 어디에 있든지 어디서 만나든지 상호간에 한 식구임을 서로서로 보여줄 것입니다. 어머니가 자기 육신의 자녀를 기르고 사랑한다면 각자는 자기 영신의 형제들을 한층 더 자상하게 사랑하고 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수도규칙 6,7-8)

‘타자’를 잃어버리고 외면하는 사랑은 방향을 상실한 폐쇄적이며 이기적인 사랑이요, 관계 속에 드러나지 않는 사랑이란 허구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사랑도 생명도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이며 끊임없는 건넴의 순례이지 않는가! 고통 없는 사랑, 십자가 없는 생명은 있을 수 없음을 기억하며 오늘도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와 갈등, 가난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삶의 자리로 걸어가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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