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2 조회수681 추천수8 반대(0)

우리는 분석, 평가, 나눔에 익숙해 있습니다. 어릴 때, 모든 생명체는 , , , , , , 로 나눌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학교의 도서관에 있는 많은 책들도 십진분류법으로 나눌 수 있었고, 원하는 책을 이름만 알아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혈액형, 피부 색, 남과 여, 지역 등으로 사람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민족끼리 구분해서 어떤 민족들은 조상들의 악연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누고, 분석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위해서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누고 분석하는 것의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성향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잘못 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다른 민족을 지배하려 하였고, 여자를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종교도 그런 면이 있습니다.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고, 개종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 다른 것들을 나와 같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폭력이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민족 간의 분쟁, 지역 간의 분쟁, 종교로 인한 전쟁도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발생하였습니다. 이방인은 죄인이고, 이방인은 선택받지 못한 것이고, 이방인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들이 생겼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방인들도 하느님의 자녀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모든 이들은 한 형제요 자매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자유롭지 않습니다. 어제 저는 선배신부님의 지갑과 저의 지갑을 혼동하였습니다. 제가 너무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돈을 꺼내니, 선배도 그 지갑이 제 것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제가 착각을 한 것을 알았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후배 신부님과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저는 방향이 틀리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배 신부님은 운전도 잘하고, 운동신경도 좋기 때문에 틀리다고 말은 했지만 저도 내심 불안했습니다. 잠시 후에 후배 신부님도 자신이 착각을 했다며 방향을 돌렸습니다. 이런 작은 착각은 그런 대로 넘어갈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지만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착각도 더러 있습니다.

 

본당을 비우고 피정을 가면 본당이 큰일 날 것 같지만 피정을 다녀와도 본당은 잘 돌아가는 것을 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 나만 잘 할 수 있다는 착각, 이것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착각과 비슷합니다. 유명 인사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은 언제나 예쁘고, 똑똑하고,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착각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고통입니다.

 

본당 신부는 임기가 5년이고, 보좌신부는 임기가 2년입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아쉬움이 남고, 미련이 남아도 때가 되면 떠날 줄 아는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그것이 착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꽃은 피었다 지기 마련이고, 사람은 나올 때가 있으면 들어갈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역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했던 사람들 때문에 본인은 물론 공동체가 수렁에 빠지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때가 다 될 것을 예감하십니다. 구원의 역사에 또 다른 협조자가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 함께 했던 제자들을 떠나야 하고, 하느님나라 운동에서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말씀하십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주님의 비움이 바로 참된 자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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