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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3 조회수1,237 추천수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5월 13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When he comes, the Spirit of truth,
he will guide you to all truth.
(Jn.16,13)
 
 
제1독서 사도 17,15.22―18,1
복음 요한 16,12-15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버스를 검색했지요. 약속 장소까지 40분이면 도착하더군요. 그런데 그 시간이면 너무 빨리 도착할 것만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그 경로를 보니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 질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짧은 경로이고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버스이지만, 약속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30분 정도 더 소요되기는 하지만 공원 앞으로 지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공원을 앞을 지나갈 때,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30분 더 걸렸지만 더 큰 이득을 보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문득 어떤 선택이 중요한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사실 항상 빠른 길만 선택하면서 급하게만 살았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여유 있는 삶 안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살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급하게 살아가면서 여유를 갖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세상은 계속해서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우리를 시간의 감옥 속에 가둬 놓기 때문입니다. 감옥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지 못하게 하며, 자유로운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구속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 안에 묻혀 살면서 그 시간의 감옥 속에 스스로를 가둬 놓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진리의 영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진리의 영이 우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주신다고 하지요. 하지만 진리의 영인 성령을 보려고 하지 않고, 또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연히 진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잠시 신앙생활을 쉬시는 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너무 바빠서 도저히 성당 갈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성당 가는 것을 마치 남는 시간에 하는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바빠서 하루 종일 씻지 않는 분이 있을까요? 너무 바빠서 며칠 동안 계속 굶고 계신 분이 계십니까?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잠을 전혀 자지 않고 생활하십니까?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그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주님과 함께 하는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님과 함께 해야 합니다. 결코 단순한 하나의 여가활동이 아니라,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과 같은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인 것입니다.

세상의 것이 좋아 보이고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아도 사실은 급한 마음으로 인해 시간의 감옥 안으로 나를 계속 밀어 넣을 뿐입니다. 따라서 성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선택은 나의 몫입니다. 내가 성령의 이끎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비워 놓는 것은 주님께서 직접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몫이고, 이를 통해서만 진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봄이 오거든 보라. 자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살아 난다(이윤기).


주상복합 아파트. 여기에 요즘 인기있는 삼둥이가 산다고 하죠?

 

여유 있는 삶.

야구를 좋아해서 종종 프로야구를 시청합니다. 며칠 전에도 프로야구를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날은 치열한 투수전이 계속되면서 박빙의 승부로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다가오는 것입니다. 게임이 좀 더 빨리 진행되면 끝까지 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임은 제 생각처럼 빨리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8회와 9회까지만 보면 모든 경기를 다 보는 것인데, 시간이 없다보니 3아웃이 되어 공수가 바뀌는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집니다. 문득 3아웃이 아니라, 6아웃까지 진행해서 2회씩 공격을 하고 수비로 넘어간다면 어떨까 싶어졌습니다.

사실 이 쉬는 시간을 통해 선수들이 힘을 비축해서 더 멋진 경기를 하게 하는 것이지요. 권투도 3분 후에 1분간의 휴식이 없다면 선수들은 지친 상태로 경기를 해서 관중은 재미없는 경기를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더 큰 도약을 위해 힘의 비축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유 있는 삶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입니다. 305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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