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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0 조회수989 추천수17 반대(0)

교구청에서 지내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는 혼자서 식사를 할 때가 많습니다. 교구청에서는 추기경님을 비롯해서 15명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마치면 교구청의 마당에서 산보를 합니다. 보통은 10분 정도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합니다. 매주 금요일 교구청 회의를 하지만, 교구의 중요한 현안들은 이런 산보를 통해서 결정되곤 합니다. 아무래도 산보를 하면서 마음이 열려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산보하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적성 본당에 있을 때 산보를 다녔습니다. 임진강변을 걷기도 했고, 장날이면 장터에 가기도 했고, 본당 주변을 한 바퀴 돌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복사를 서는 진성이가 일찍 성당에 왔습니다. 저는 진성이에게 함께 산보를 가자고 했습니다. 진성이는 책가방을 성당 마당에 던져 놓고, 저와 함께 산보를 하였습니다. 장터에도 가고, 학교에도 가고, 개울도 건넜습니다. 1시간 정도 산보를 하고 왔는데, 진성이가 저에게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 그런데 산보는 어디에 있는 거예요?’ 아이는 산보가 어디에 있는 장소인줄 알았나 봅니다. 저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함께 걷는 것이 산보였는데, 아이는 함께 걸었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산보를 하셨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언자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젓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 표징, 삶으로 하느님나라를 보여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하느님을 보았으면서도, 예수님과 함께 하였으면서도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침이면 변함없이 떠오른 저 붉은 태양, 파랗게 옷을 입은 저 나무들, 살아 있음을 노래하는 새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는 꽃들이 있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고마운 일들도 참 많습니다. 마음의 눈을 뜨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성서 말씀을 통해서 묵상하는 것은 참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이들들 아버지께로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을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오늘 이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시편 8장을 묵상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자신을 알고 , 당신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당신 뿐 당신만을 향한 사랑으로 일하렵니다. 당신이 커지도록 저를 낮추렵니다.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렵니다.

 

저 자신을 버리고 당신만을 따르렵니다. 당신 보호를 받고자 당신께 피신하오니 당신 친히 뽑으신 이들 사이에 저도 있게 하소서. 저 자신을 두려워하며 당신을 경외합니다. 저를 불신하고 오직 당신만을 믿으며 순명합니다. 제겐 오로지 당신뿐 제 자신에 애착하지 않고 당신 향한 사랑으로 가난해지렵니다. 주님, 사랑하오니 당신 눈길을 제게서 돌리지 마시고 당신을 뵙고 영원히 즐기게 하소서, 아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갈등과 아픔을 만나게 됩니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오듯이 우리는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기쁨도 찾아오고, 슬픔도 찾아오고, 즐거움과 분노도 찾아옵니다. 모든 갈등과 아픔을 벗어나서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고통과 아픔을 이겨 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청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기도를 하셨습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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