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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불꽃 모양의 혀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3 조회수1,56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15년 나해 성령 강림 대축일


< 성령을 받아라
 >


복음: 요한 19,20-23




 엘그레코의 오순절



 

< 불꽃 모양의 혀>

 

생활성서사의 이 시대 성자에게 행복을 묻다라는 책에 200794세의 일기로 선종하신 아베 피에르신부님의 일대기가 소개되었는데 참으로 감동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베 피에르 신부님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거의 매년 선정되어온 분입니다.

그분은 1917년 리용의 상류층 가톨릭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사업가로서도 성공했지만 또한 걸인들에게 면도와 이발을 해 주고 아침식사와 빨래 등을 도와주는 봉사에 열심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면도를 해 주다 실수를 하였고 아이들 앞에서 심한 말을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준 말은 피에르 신부의 기억에 평생 남았습니다.

얘들아, 불쌍한 사람들을 보살필 자격을 갖춘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았지?”

오직 사랑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살게 된 데에는 부모님의 이런 사랑이 커다란 역할을 했을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소년시절 피에르는 힘든 사춘기를 겪었습니다. 자신의 신앙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에 휩싸였고 한동안은 범신론에 빠져 자살충동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태리 아씨시에 성지순례 갔던 날, 즉 예수 부활 대축일에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그는 성령의 불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는 수첩에 바로 이렇게 썼습니다.

! 나의 소원은 사랑이라는 말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땅 전체가 고백하는 어느 종 울리는 아침에 죽는 것.”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은 의 모양으로 내려옵니다. 불은 어떤 때 사용되는 것일까요? 당연히 태우는 용도로 쓰입니다. 불을 받아 타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특별히 우리는 하느님의 예언자 엘리야가 바알과 아세라 예언자들 850명을 대항해 갈멜산에서 대결을 벌일 때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준비해 놓은 소를 제단에서 불살라버리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제단에 바쳐진 제물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세례 때 성령의 불을 받으시고 결국 십자가 제대 위에서 당신을 불사르셨습니다. 우리는 그 제물을 통해 죄가 용서받게 되었고 그분을 통해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이 성령님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불로 살라져 세상을 위한 또 다른 제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을 받은 모든 이들은 순교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피 흘리고 부서져 봉헌되고 먹히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피에르 신부도 이제는 자신이 아닌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살게 됩니다. 아니 죽게 됩니다.

 

1931년 열아홉 살이 된 청년 피에르(본래 이름은 앙리’)는 프란치스코 수도회 중 가장 엄격하다는 카푸친회에 들어가 맨발로 다니며 옷을 입은 채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고 매일 자정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기도하는 생활을 8년에 걸쳐 이어갑니다. 그러나 그런 고생스런 수련 생활로도 만족할 수 없어 타인에 대한 봉사에 대한 열망이 그를 사로잡습니다. 로마의 허락을 받고 1942년에 그르노블의 작은 성당의 보좌신부가 됩니다. 당시 2차 세계 대전 중이었고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으며 역시 유태인 체포령이 발동 중이었습니다. 피에르 신부는 유다인들의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와 스페인 등지로 그들을 피신시키는 비밀 안내원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게슈타포가 그 주동자를 찾게 되자 앙리 신부는 이제 피에르 신부라고 불리기 시작하여 그때부터 그의 이름이 아베 피에르(베드로 신부님)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피에르 신부는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겼고 스페인에서 경찰에 붙잡혀 독일군에게 넘겨지기 직전에 간신히 프랑스 정부에 의해 구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전쟁이 끝나고 프랑스가 해방되었습니다. 용감한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유명해진 피에르 신부를 정치 쪽에서 손짓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나는 신부이지 정치인이 아닙니다.”라고 거부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더 돕기 위한 마음으로 관할구역 대주교에게 허락을 받고 국회의원이 됩니다.

그리고 그는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이 엠마우스로 가는 제자들과 비슷하다고 여겨 그들을 위한 유스호스텔을 손수 만들 계획을 세우고 손수 작업에 들어갑니다. 지금 엠마우스는 행려자들을 돌보는 공동체로 프랑스에만 100개가 넘고, 35개국 400여 개의 큰 공동체가 되었고 큰 곳에는 수천 명씩 살고 있습니다. 처음 가난한 이들을 데려와 살 때 돈을 마련하기 위해 피에르 신부는 쓰레기통을 뒤져 박스 등을 주워 파는 넝마장이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954년 영하 20도의 매우 추운 겨울 퇴거명령서 한 장을 손에 꼭 쥔 할머니가 얼어 죽었고 폐차 속에서 생활하던 젊은 노동자 가족의 아기가 죽는 일이 발생하자 피에르 신부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달려가 신문기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5분 동안 이런 연설을 합니다.

친구들이여, 도와주십시오. 새벽 3시에 세바스토플 뷔레바드의 인도에서 한 여인이 얼어 죽었습니다. 손에는 전 날 발급되어 그녀를 노숙인으로 만든 퇴거 명령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매일 밤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헐벗은 채 굶주리며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이 끔직한 일에 맞서기엔 숙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늘밤 우리는 프랑스의 도시에, 파리의 곳곳 어두운 골목 등불 아래마다 우애 지원 센터의 이름으로 플랭카드를 걸어두어야 합니다. ‘여기에 침대와 담요 그리고 스프가 있습니다. 누구든 필요하면 먹고 쓰세요하고요. 오늘 밤에 아스팔트 위나 처마 밑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찰리 채플린이 내 놓은 2백만 프랑을 비롯하여 5백만 프랑의 성금이 모아졌고 엠마우스 본부에는 격려 전화와 편지가 쇄도하였으며 몇 주에 걸쳐 프랑스 전역에서 자원봉사자 신청이 줄을 잇게 된 사건입니다.

피에르 신부는 그 이후에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거리를 뒤지고 다녔고, 밤에는 노숙자들이 술과 칼부림 등이 일어나지 않게 지켜야 했으며, 주일에는 미사를 8대나 할 정도로 몸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이나 인종차별, 모든 형태의 억압과 모순을 발견할 때이면 그 대상이 교회일지라도 통렬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성령의 불 때문입니다. 불이 붙으면 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이 붙이면 편할 수 없고, 불이 붙으면 부자일 수 없고, 불이 붙이면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불을 통한 자신을 불사름을 통해 이웃과 하나가 되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며 이웃들을 하느님과 하나가 되게 만들어줍니다. 바벨탑에서 경험했던 바로 그 분열. 그 분열이 인간의 교만 때문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벌이었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흩어놓으셨던 것입니다. 서양의 언어(language)’(lingua)’라는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혀는 곧 언어이고 언어는 곧 일치와 소통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오늘 성령께서 내려올 때 그 성령의 불이 의 모양이었다는 말은 성령께서 일치와 소통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로 그 사람을 태움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성령의 불로써 태워 하느님과 인간의, 또 인간과 인간의 소통의 도구가 되셨습니다. ‘불혀란 바로 우리 자신을 성령의 불로 태우지 않으면 하느님과도 이웃과도 온전한 소통의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지금 이웃을 위해 우리 자신이 소진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힘이 아닌 성령의 불 때문이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억지로 하는 봉사는 반드시 보상을 요구하게 되어있습니다. 태양은 자신이 좋아서 스스로 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보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성령강림은 우리 본성이 훨훨 타서 세상의 빛이 되는 삶으로 만들어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게 우리를 통해 세상을 밝혀주는 존재가 되게 만듭니다.

 

제가 평화방송에서 급하게 강의요청을 받아 강의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약 한달 정도는 묵상 글을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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