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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26 화/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사적 떠남과 버림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5 조회수1,369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 마르 10,28-31(15.5.26)
 
“나 때문에 버린 사람은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마르 10,29-30)


Peter said, "We have given up everying and followed you."
 
 


  성사적 떠남과 버림  

우리는 날마다 어딘가를 향해 떠나며,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쓴다. 이 평범한 일상의 몸짓 안에 담겨 있는 생각과 의식은 무엇일까? 이 움직임 안에 행복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면 삶을 한번쯤 깊이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떠나지만 왜 떠나는 것이며 무엇을 얻기 위해 떠나는가? 시간과 돈은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모두의 선을 위한 것인가? 오늘 복음에서 그 단서를 찾아보자.

베드로가 예수님께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10,28)하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은 현세에서 백배의 보상을 받고 하늘나라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10,29-30). 그런데 오늘 복음의 말씀과 달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현세적인 보상을 약속하신 바가 없고, 언제나 영원한 생명이나 하느님 나라를 약속하셨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적 사랑을 나누던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이 반영된 표현이다.

그렇다면 보상에 관한 예수의 말씀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신을 추종하는 제자들에 대한 위로의 말씀이며 항구히 추종하라는 새로운 부름인 셈이다. 제자들이 모든 것을 버린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온전히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길은 고통과 박해가 따르는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예수님 때문에’(10,29) 자신을 떠나서 지혜이신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만이 기쁨과 행복을 맛보며, 축복을 받을 것이다.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추종하려면 제자들이 부모와 형제, 토지를 모두 버렸듯이 어려움과 큰 희생이 따르더라도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법적인 포기를 말한다기보다는 모든 것에 대한 애착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애착을 버리고 재물에 대한 포기한다는 것은 떠남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 자체가 영성생활의 종착점은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거룩한 관계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요 하나의 매듭일 뿐이다.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은 애착을 버리는 것이며 그것은 ‘떠남’이다. 무엇보다도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보상은 이런 떠남과 떠남에 따른 하느님과의 거룩한 관계맺음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예수님께서도 성부의 뜻을 따라 죽기 위하여 가장 가까운 제자들마저 떠나셨고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그들을 포기하셨다. ‘구원적 떠남’, ‘성사적 떠남’이다.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간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는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타나지 마라’(집회 35,6)고 권고한다. 자기 것에 애착하고 소유의 끈을 놓지 못하며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하느님께 드릴 것이 없는 빈털터리일 뿐이다.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이라 해도 티끌 하나도 지니지 못한 채 떠나가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그저 죽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사람답게 죽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행복한 죽음을 향하여 지금 여기서부터 애착을 버리고, 자신을 떠나 하느님께로 향해가는 삶을 준비하여야 한다.

자기 것만 챙기는 옹졸함, 재물에 대한 집착, 하느님의 주도권을 무시함, 악에 동조하고, 불의에 가담하는 삶,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는 것 등은 ‘영적 치매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모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허무한 죽음을 맞는 일이 없도록 이기심으로 가득 찬 ‘나’를 떠나 모두를 하느님께 돌려드리며,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며 그분 안에서 감사와 찬미를 드리도록 하여야 한다.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비우는 삶은 세상의 눈으로 보면 꼴찌 인생이고 바보짓이며 박해까지도 각오해야 하지만, 참으로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최고로 행복한 인생이다. 진정 소중하고 값진 것을 얻으려면 자신을 떠나 모두를 버리고 되돌려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오늘도 성사적 떠남과 버림을 향한 해방의 순례를 시작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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