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8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7 조회수1,091 추천수13 반대(0)

한강의 끝자락에 한국 가톨릭 문화원이 있습니다. 인천교구의 선배 신부님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문화원에서는 주일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을 위해서 작은 음악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바리톤 손기창님이 노래를 연주해 주었고, 얼굴을 작곡하신 신귀복 선생님과 노랫말을 지어주신 김치경님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맛있는 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신자분들도 문화와 감동이 있는 곳을 조금 멀더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찾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문화원을 운영하시는 선배 신부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어제 미사에는 신부님의 부친께서도 함께 하셨습니다. 신부님의 부친께서는 신부님께서 신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즐겨하시던 술과 담배를 끊으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기도와 사랑이 있었기에 신부님께서는 사제로서, 힘든 일을 즐겁게 하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차량에서 검은 매연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차는 겉모습도 중요하지만 속에 있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자주 점검을 해 주어야 합니다. 엔진 오일, 브레이크 페달, 휠터, 냉각수와 같은 것들은 정해진 때에 갈아 주고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곳은 세차도 하고, 고치려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잊어버리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배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좋은 자리를 청하고 있습니다. 교구장의 자리를 청하는 것일 수도 있고, 회사의 사장 자리를 청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면적인 영성을 키워야 합니다.” 내면적인 영성이란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메말라 있습니다. 교회는 영적인 메마름을 채워주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습니다. 며칠 전에 읽은 책에서 한국 교회의 현실진단을 보았습니다. 한국 교회는 외형적으로 성장을 하였지만,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라고 이야기 합니다.

첫째는 교회 성장에만 몰두하여, 하느님의 뜻과 진리를 가르치고 실천하는 일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재정의 3.88%만 불우 이웃돕기와 사회에 대한 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교회가 총체적인 인간과 세계의 해방을 위한 하느님 나라 운동을 해야 하는데, 영적인 구원을 위한 기관과 조직으로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안식일, 율법과 제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셋째는 기복적이며 내세지향적인 신앙으로 인해 개인의 영혼 구원에 치중하면서 세상에서의 책임과 공동체적인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점입니다. 사회적인 모순과 구조적인 악에 대해서 교회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넷째는 예수 그리스도는 영혼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심으로써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분으로 경배될 뿐, 우리도 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델로는 이해되지 않고 있습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두 제자는 어쩌면 하느님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 그리고 박해와 순교보다는 하느님 나라에서 얻을 영광에 더 큰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제자들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결실과 영광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니면 그곳이 길이 되는 것입니다. 길이 있어서 사람들이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희생의 길, 봉사의 길, 사랑의 길, 나눔의 길을 가다보면 저 멀리서 하느님 나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