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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28 목/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일상의 수난에 동행하는 믿음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7 조회수1,223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8 목 마르 10,46ㄴ-52(15.5.28)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10,52)


The Blind Bartimaeus
 
 


  일상의 수난에 동행하는 믿음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질곡을 살아간다. 그러나 병고나 시련에 대처하는 태도는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자기 생각에 의존하여 해결하려 하고, 어떤 이는 돈으로 해결하려 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며 자신이 아닌 밖에서 원인을 찾거나 신앙과는 무관한 방법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각종 우상들의 유혹이 많은 이 시대에 하느님은 수많은 길 중에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절박하게 매달리는 대상으로 여겨지지도 않는 듯하다.

예수님의 일행이 예루살렘 근처 예리코에 왔다(10,46). 이제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수난의 시간이 임박해왔다. 이때에 예수님에 대해 들어왔던 눈먼 거지인 바르티매오가 보기를 갈망하면서 계속하여 예수님을 향해 자비를 간청한다(10,47-48. 51). 그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였고 예수님께 의탁하였다. 그의 간청은 예수님께 대한 일종의 신앙고백이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깊은 믿음을 보시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으시고 다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10,52)라고 말씀하시며 그 소경을 치유해주셨다. 신앙이야말로 구원을 받기 위한 충분한 조건이다. 치유된 소경은 예수를 따라가는데 이것은 벳사이다 소경의 경우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또한 이 행동은 부자 청년이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 소경은 시력회복 그 이상으로 빛을 선물로 얻었으며 예수님을 따랐다.

바르티매오는 구원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진 예수님을 믿음 안에서 인격적으로 만났다. 이런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으로 치유된 소경은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10,52ㄴ) 그의 ‘믿음’과 ‘믿음 안에서 예수님의 수난의 여정에 동행한 그의 태도’는 예수님을 따라 사는 우리에게 참 제자의 모습을 시사해 준다.

예수님의 거듭되는 수난예고에도 불구하고 서열 다툼이나 하고, 그분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 제자들이나 재산에 대한 소유욕 때문에 추종을 거부한 부자와 비교해본다면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의 태도는 더욱 돋보인다. 그렇다! 믿음 없이는 예수님을 추종할 수 없다. 그 눈먼 거지는 예수님을 믿었기에 수난을 넘어 그분께서 주시는 희망을 보았고 고통과 모욕의 길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는 참 제자의 길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의 태도에서 주목할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눈이 멀고 가진 바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믿음 이전에 중요한 것은 믿는 주체인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예 신앙의 길은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도 인생살이에서 이런 자세를 지녀야 하겠다.

뿐만 아니라 그는 끈질기게 그리고 전폭적으로 온 존재를 다하여 절박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외치며 자비를 청했다. 삶의 기적은 그렇게 전인격적인 의탁과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쩌면 주님께서는 늘 사랑으로 우리에게 창조의 기적, 사랑의 기적, 생명의 기적을 베푸시고자 기다리시지만 우리는 맡기지 않은 채 횡재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제자직의 길은 믿음을 실행하는 바르티매오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 그 실행이란 일시적인 선행이나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난의 여정에 동행하는 전인적이며 죽음에까지 이르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일상의 고통과 수난을 받아들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지 않는 동떨어진 삶은 제자직과는 무관하며 눈을 뜨고 있으나 실은 소경과 같은 존재임을 알아차려야겠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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