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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세상의 옷을 벗고 불멸의 옷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28 조회수1,188 추천수14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세상의 옷을 벗고 불멸의 옷을

 

 

종려나무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도시 예리코에서 있었던 한 인생의 특별한 사연이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로마 제국으로부터의 압박, 빛 좋은 개살구였던 봉분왕, 자기 한 목숨 챙기기에 바빴던 종교 지도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평범한 사람도 살아남기 힘겨운 세상이었습니다. 그토록 암울한 세상에서 앞 못 보는 시각장애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근목피의 삶, 살아도 살아있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르티매오가 그랬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래도 먹고 살아야했습니다. 시각장애우였던 바르티매오는 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예리코의 큰길거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루 온종일 목청껏 한 푼 줍쇼!’를 외쳐댔습니다. 운이 좋으면 주린 배를 채우고 재수 없는 날은 쫄쫄 굶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나가던 동네 아이들의 단골 놀림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더 이상 비참할 수 없는 삶을 하루하루 영위해갔습니다. 이토록 캄캄했던 바르티매오의 삶이었는데 마치도 기적처럼 한 줄기 서광이 비쳐옵니다. 예수님 그분께서 자신이 앉아있는 길가를 지나가시는 것입니다.

 

평생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이제는 영영 끝이라는 절박감이 몰려왔습니다. 바르티매오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코 복음 1047)


 

그를 불러 오너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로 달려간 바르티매오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합니다. 언젠가는 눈 떠서단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었던 바르티매오의 평생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얼마나 기쁘고 감개무량했겠습니까? 얼마나 마음이 설레고 행복했겠습니까?

 

예수님께 달려가기 전에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버린 바르티매오의 동작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길거리에서 구걸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겉옷은 어떤 의미에서 재산 1호 목록이었습니다. 노숙을 밥 먹듯이 하던 그에게 겉옷은 때로 바람막이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 추위로부터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맙고 소중한 겉옷이었는데...바르티매오는 대뜸 그 겉옷을 내팽개쳐버리고 예수님께로 나아갑니다.

 

겉옷을 벗어던지는 행동은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입고 있던 세상의 옷, 육의 옷을 벗어버리겠다는 결단의 표현입니다. 더불어 이제 세상의 옷 대신 빛의 갑옷, 불멸의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현입니다.

 

바르티매오가 과감하게 벗어버린 외투는 죄와 불신의 옷, 미움과 원망의 옷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마음 안에 품고 살아왔던 미움과 분노의 옷, 좌절과 실망의 겉옷이었습니다.

 

기적적으로 이루어진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인해 바르티매오가 이제 입게 될 새 옷은 불멸의 갑옷입니다. 용서와 화해의 옷, 희망과 기쁨의 옷, 구원과 생명의 옷, 치유와 은총의 옷입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마르코 복음 1049)

 

그 옛날 예수님께서 바르티매오를 부르듯이 오늘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그간 입고 있었던 무겁고 축축했던 죄와 죽음의 옷을 과감히 벗어버려야겠습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장해물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극복되어야할 내 안의 장해물들을 살펴봅니다. 게으름과 나태함, 거듭 반복되는 습관적인 죄, 그로 인한 어두움, 내면에 가득 찬 불평불만,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 깊은 자책감, 이웃을 향한 비관적 시선...이 모든 장해물들을 넘어 부르시는 예수님께로 한 걸음 더 다가서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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