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8 목,
* 눈 뜬 장님
영어에서 쓰는 수사법 중에 ‘모순형용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의미의 단어를 병치하여 상황을 강조하거나 독자의 관심을 끄는 비유법입니다.
예를 들면 ‘작은 거인’ ‘우둔한 천재’ 같은 표현들이 모순형용법의 일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제가 제목으로 적은 ‘눈 뜬 장님’도 마찬가지 표현법일 것입니다.
실제로 눈이 안 보여서 못 보는 경우도 있지만, 멀쩡하게 눈은 뜨고 있으나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보지 못하는 경우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저도 예수님께 바르티매오처럼 외치고 싶습니다.
제가 다른 이의 슬픔과 어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세상의 가치가 아닌 복음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달라고 말입니다.
그래야 오늘 복음에서 다시 보게 된 바르티매오가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선 것처럼 나도 기꺼이 그분을 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복음의 가치를 식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그분을 잘 따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시선이야말로 예수님을 따르는 첫걸음임을 기억하고 살아야겠습니다.
- 류달현 신부(의정부교구 성소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