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6 토,
* 사제의 겸손
오늘 같은 말씀이 나오면 마음이 늘 불편합니다.
저한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입니다.
사실입니다.
신부가 되고 나서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으로 여러 나라에서 사제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지 그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지, 신자들은 우리 신부들에게 항상 잘해 줍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인사받고, 성당에서는 주목을 받으며, 잔치 때에는 제일 귀한 음식으로 챙김을 받습니다.
또 집으로 초대해 주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줍니다.
신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융숭히 대접해 줍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때에는 이런 대접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반성도 해 봅니다.
왜냐하면 대접을 제대로 해 주지 않는자리에 가게 되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고 가기 싫은 게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나는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사제생활을 하는 건가,
허탈한 심정이 되기도 합니다.
대접을 받으면 받을수록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또 무엇보다도 신앙인으로서 책임감이 가중된다는 깨달음을 디딤돌 삼아 마음가짐을 다시 새롭게 해 봅니다.
- 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 공릉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