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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7 주일/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밥이 되고, 밥을 나누는 사랑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06 조회수1,108 추천수5 반대(0) 신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마르 14,12-16, 22-26(15.6.7)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2.24)



The Lord's Supper


 



밥이 되고, 밥을 나누는 사랑

사람이 숨을 쉰다 하여 사람이 아니요, 단지 먹고 살아간다 하여 다 사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며, ‘잘’ 살아야 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알고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여야 한다. 생활환경이 향상되어감에도 전 세계에 빈부 격차는 점점 심화되어가고 굶주리는 이들이 되려 늘어가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밀, 쌀, 쇠고기를 수출하면서도 3억 명이 굶주리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태풍과 홍수가 거의 해마다 일어나고 있는데 그 나라에서 재배된 쌀과 콩, 채소, 과일로 전 국민이 넉넉히 먹을 수 있는데도 국민의 3분의 1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1500 칼로리)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 문제가 심각한 에티오피아, 수단, 나이지리아 등은 수입보다 더 많은 식량을 수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5만 명의 흑인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간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곳 흑인들의 주식인 옥수수를 계속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생명이신 하느님’, ‘생명의 길이신 예수님’, ‘생명의 공동체’ 등등의 생명을 외치는 구호를 흔히 들을 수 있다. 교회는 과연 생명을 불어넣는 ‘밥’이 되고 있는가? 우리의 삶에 생명을 주는 것은 밥과 말씀이다. 이 밥과 말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예수님께서는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요한 6,54-55)라고 말씀하신다. 오늘 복음에서 ‘이는 내 몸’은 송두리째 내어주는 예수님 자신을 뜻하며, ‘이는 내 계약의 피’라는 말은 피를 쏟아 죽을 나라는 뜻이다. 결국 예수님의 인격 전체를 말한다.

밥과 말씀은 입을 통과하며, 입은 생명의 통로인 셈이다. 입을 통해서 밥이 들어가고 입을 통해서 말씀이 나간다. 그런데 이 시대의 비극은 이 입이 죽음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밥이 아니라 독이 섞인, 중금속으로 오염된 밥을 먹고, 소수의 부자들이 밥을 독점하기 때문에 “밥을 나누어 먹을 수 없는” 현실이다. 골목 상권까지 장악해가는 거대 기업들의 끝을 모르는 탐욕은 자본으로 인간을 죽이는 살인행위이다.

또한 생명의 말씀이 아니라 더러운 말 거짓말이 판을 치고 있고, ‘언론통제와 조종’, ‘정보망의 독점’ 등에서처럼 소수가 말을 독차지하므로 말씀을 나눌 수 없는 현실이다. 생명의 말씀으로 오시어 생명의 밥이 되신 예수님과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다. 밥을 제대로 먹고 말씀을 제대로 하는 일,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이요 성체와 성혈의 신비를 사는 길이 아니고 무엇인가?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은 짐승(적대자들)의 밥이 되시고 사랑하는 인간의 밥이 되시고자 인간의 몸으로 오셨다.

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성체를 영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의 사랑을 잊고 있다. 그리고 이 성체가 어미의 산고와 피흘림, 그리고 아비의 땀과 죽음으로 이루어졌음을 망각하곤 한다. 밥이란 타인의 피와 땀이 밴 생명의 결정체이다. 밥이 바로 부모의 땀과 피, 아니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의 땀방울과 피로써 얻어진 것임을 깨닫는 자만이 참된 자녀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성체와 성혈 안에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보는 자만이 매일의 밥그릇에서 부모의 살과 피를 볼 수 있으리라.

우리 모두 서로의 밥이 되어 주자. 희생 없는 사랑은 허구다. 쓴 도라지도 여러 번 꼭꼭 씹을 때 단맛이 나는 법이다. 우리 서로 밥(=생명)을 먹고, 밥을 ‘나눠 먹고’ 삶을 나눠야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곧 생명의 호흡이기 때문이다. 재물을 위해 재물을 모으고, 사용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죄악의 표지들이다.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거저 받은 것들이지 않은가!

오늘도 세계 도처에서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과 최소한의 인간다움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가는 이들의 배고픔 안에서 굶주리고 계신 예수님을 기억하자. 우리의 빵으로 오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으로 빈곤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밥이 되어주자. 죽음의 문화가 번져가는 삶 한복판에서 밥으로 먹히는 희생과 생명의 교류를 통해 생명을 되살리는 빵이 되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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