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감사의 전례’인 미사의 의미 –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여러분은 ‘선교’ 혹은 ‘전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선교는 특별한 사명을 지닌 사제나 선교사들이 하는 것이고 나와는 아주 무관하다고 여기시나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선교는 영성체를 통하여 주님과 깊은 일치를 이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강복 다음에 사제가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Ite, missa est)라는 말로 신자들을 파견할 때 바로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간명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특히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아주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늘 복음의 기쁨에서 샘솟는 선교 열정을 간직한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그리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만난 그리스도인은 모두 선교사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제자’와 ‘선교사’가 아니라 언제나 ‘선교하는 제자’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첫 제자들을 바라봅시다. 그들은 예수님의 시선과 마주하고는 곧바로 달려가서 그분을 기쁘게 선포하였습니다. …… 어느 상황에서든 우리는 저마다 예수님을 전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주님의 구원하시는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분명하게 증언하라고 부름 받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부족함에도 우리를 가까이하시고 당신의 말씀과 힘을 주시며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십니다. …… 여러분이 깨달은 것, 여러분이 살아가도록 돕고 희망을 준 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이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복음의 기쁨』, 120-121항). 제자 공동체의 생활을 가득 채운 복음의 기쁨은 곧 선교의 기쁨이었습니다. 선교하는 제자 공동체의 놀라운 체험은 우리의 부족함이 변명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이 그 안에서 더 크게 드러나리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사제이든 수도자이든 평신도이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부름 받은 고유한 사명, 곧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 할 사명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실상 우리가 하느님의 이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의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우리도 사도들처럼 ‘파견’ 받은 존재로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수행해야 할 몫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7-38). 우리가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복음의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지 않는다면 예수님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세상 속에서 꽃피울 수 있겠습니까? 미사에서 말씀과 성체로 그리스도와 하나 된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라는 초대를 받습니다. 이 초대에 응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 삶 속에서 녹여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미사에서 주어지는 은총을 우리 안에 가두어둘 수 없습니다. 이 은총은 넘쳐흐르는 기쁨이며, 감사의 마음으로 이웃과 나누면 나눌수록 더 커지는 충만한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2021년 11월 21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인천주보 3면, 김기태 요한 사도 신부(청학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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