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17 조회수971 추천수14 반대(0)

동창 신부님 중에는 더러 단식을 하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팽목항에서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고, 유족들을 위하는 단식을 하였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단식을 하는 이유는 주로 사회적인 약자들을 위한 것이었고, 진실을 규명하라는 요구였고,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비폭력의 저항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단식을 하는 동창 신부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저는 어릴 때 배고픔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집안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꼭 끼니를 챙겨 먹는 편입니다. 본당의 행사가 있어서 6시에 출발하면 5시에 아침을 먹곤 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단식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재의 수요일, 성 금요일에 단식을 한 끼 하였고, 매주 금요일에는 금육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외식을 할 때면 거의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동창 신부님 중에는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 주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이 누구이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움을 주는 신부님입니다. 본인의 재정 상태를 굳이 따지지 않고 일단 도움을 주는 신부님입니다. 재물이라는 울타리에 갇히지 않았던 신부님은 참 자유로웠습니다. 지금도 도시빈민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받기 보다는 누군가를 위해서 내어주어야 할 것들이 많은 곳에서 사목을 하지만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신부님입니다.

 

저는 형님의 사업실패로 20년 가까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보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여유 돈이 있으면 은행에 예금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창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식사비를 내기는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저의 것을 나누어 주지는 못하였습니다. 제 어깨에 부모님의 생활이 달려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으로는 받아들이지만 삶에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동창 신부님들이 어떻게 기도하는지 잘은 모릅니다. 함께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기도하리라 생각합니다.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어 버리는 꽃처럼 기도하지 않으면 사제생활이 메마르기 때문입니다. 메마르지 않고 24년을 사제로 지내는 것을 보면 다들 나름대로 영적인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님들께서 하시는 동안거, 하안거를 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새벽 주님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기도는 갈망이 있어야 하고, 기도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기도는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하고, 기도는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기도는 삶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먼저여야 한다고 강의를 했지만 제가 늘 그것을 실천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식, 허영, 위선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런 것들은 교만함에서 나온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베풀 때, 기도를 할 때, 단식을 할 때에도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이미 다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업적을 알리고 싶어 하고, 능력이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성공을 위한 경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이 알아주는 명예와 업적 때문에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십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또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이왕 하는 봉사는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더 사랑하신다고 이야기 합니다. 억지로 하는 봉사도 있고, 마지못해 하는 봉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왕 하는 봉사라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성급하게 열매를 맺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도, 희생, 사랑, 나눔이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뿌리 깊은 신앙은 유혹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수들은 형식과 규칙들을 넘어서곤 합니다. 고수들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굳이 의식하지 않기도 합니다. 저 자신은 아직은 고수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라는 틀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강물이 깨끗하면 갓을 씻고, 강물이 더러우면 신발을 씻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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