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24 조회수1,456 추천수16 반대(0)

하는 일이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숙소에 있는 컴퓨터의 인터넷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고, 텔레비전을 못 보는 주말은 조금은 짜증나고 우울한 날입니다. 다행이 어제 전산실에서 왔고, 통신사 직원이 와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가끔 약속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를 무시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면 속이 상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이 또한 감사할 일들입니다. 무리한 일정 때문에 몸이 피곤했는데 상대방이 그런 저의 사정을 아는 것처럼 약속을 연기할 때가 분명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습니다. 교구청에 있으면 교구청에서 생기는 일들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체가 함께하는 일에 혼자만 빠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득이 양해를 구하면 다들 이해해 주시곤 합니다. 이번 주에도 교구의 일 때문에 두 개의 모임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들었던 것처럼 나 중심의 생각을 상대방 중심의 생각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세례자 요한은 철저하게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질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축일도 그런 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축일은 여름이 긴 하지에 가깝습니다. 하지가 지나면 여름은 점차 짧아집니다. 예수님의 축일은 겨울이 가장 긴 동지에 가깝습니다. 동지가 지나면 낮은 점점 길어집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습니다.’ 참으로 겸손한 삶의 태도입니다. 지난 주 성소 후원회임원 연수 때입니다. 강사 신부님은 제가 예전에 본당 신부님으로 모시던 분입니다. 저는 신부님을 소개해 드리면서 제가 신부님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가 그런 말을 할 줄 알고 끈 없는 신발을 신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말을 유쾌한 유머로 받아 주시는 신부님은 역시 저 보다는 한 차원 높으신 분이셨습니다.

 

슬픈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한 없이 슬플 수 있습니다. 구약을 마치고, 신약을 시작하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도 그렇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는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들었던 세례자 요한은 살로메의 춤 값으로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 가장 위대한 세례자 요한을 기억하고 있으며, 사랑과 공경을 드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휴대폰 광고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때면 잠시 꺼 놓으셔도 좋습니다.’ 늘 켜져 있어야 하는 휴대폰도 소중한 사람과 있을 때면 꺼도 좋다는 광고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지금 좀 서운해도 참을 수 있습니다. 지금 좀 속이 상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 무너질 때라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성인 성녀들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하셨고, 재물보다는 가난함을 택하셨고, 모욕과 멸시를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아기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이의 예언자 되어, 주님에 앞서 그분의 길을 준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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