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30 조회수1,114 추천수11 반대(0)

오랜 가뭄에 메마른 대지에 고마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많은 곳의 가뭄이 해갈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나의 말과 행동이 주변에 위로와 희망을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6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정확하게 2015년도 반이 지났습니다. 지난 6개월을 돌아보면 과거와의 만남이 많았습니다. 적성 본당의 초등학생들이 어른이 돼서 찾아왔습니다. 주일학교 동창들과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제가 혼배 주례를 서주었던 부부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추억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사는 것은 사람만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성서 말씀을 통해서 위로를 얻었고, 용기를 얻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욥기의 말씀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저는 욥의 이 말씀을 읽으면서 원망과 미움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성서의 말씀 중에 하나를 삶의 기준으로 정한다면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975년에 작고하신 시인 김현승님은 제가 묵상한 욥기의 내용을 아주 아름다운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사로이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오늘 우리는 시련과 고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독서는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입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 분쟁과 다툼이 있는 사람들, 거짓과 증오가 가득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뜻합니다.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며 해서는 안 될 일들을 거침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도시를 벌하십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따랐던 롯과 그의 가족들은 멸망으로부터 살려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풍랑에 시달리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가 거센 풍랑을 만났습니다. 배가 흔들리고, 사나운 파도에 곧 물에 빠질 것 같은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중에도 뱃머리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이제 너무나 무서운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워 말씀드립니다. ‘주님 우리가 죽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먹느냐! 믿음이 약한 자들아하시면서 거센 풍랑을 잠잠하게 만드셨습니다.


저는 거센 풍랑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17년 전에 동창 신부와 함께 백령도엘 갔었습니다. 연안부두를 떠날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중간쯤 가니까 파도가 높아졌습니다. 배는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배는 앞으로 나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배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색이 변하고, 힘들어 하였습니다. 씩씩한 해병대 젊은 군인들도 배멀미에 괴로워하였습니다. 저도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백령도에 사는 주민들은 별 동요가 없었습니다. 자리를 펴더니 모두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그리고 편안히 주무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분들을 따라서 자리에 누워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속이 편안해 졌습니다. 거센 파도에 대항하면 할수록 속이 편하지 않고, 힘들었는데 오히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으니 편안해 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놀라서 우왕좌왕 할 때, 편안히 누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하느님을 따랐던 롯과 가족들은 위험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께 의지하였던 제자들도 거센 파도에서 안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길에 사나운 파도는 늘 닥쳐 올 것입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주님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주님만이 우리를 사나운 인생의 파도에서 구해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주님께 바라네. 주님 말씀에 희망을 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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