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02 조회수1,026 추천수11 반대(0)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예비 신학생 담임 부제님, 수녀님들과 제주도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다들 즐거워하는데, 저는 몸이 좋지를 않았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흙 돼지를 먹어도, 회를 먹어도 그리 맛이 없었습니다. 입맛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돌아올 무렵에는 감기도 좋아지고, 입맛도 돌아와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번에 하나 느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내 몸 상태가 좋지를 않으면 그림의 떡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노동을 하고, 배가 고픈 상태라면 찬밥에 김치만 먹어도 꿀맛과 같을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면형의 집에서 머물었습니다. 수사님들이 운영하는 피정의 집입니다. 우리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피정의 집에 머물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그리움으로 기도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에게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보다는 면형의 집에서의 기도가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주도의 어느 식당 화장실에 적혀있는 글입니다. ‘그럴 수 있나!’라고 생각하면 세상 모든 일들이 원망스럽고, 짜증나고, 화가 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세상에 용서 안 될 일도 없고, 사랑 못할 일도 없고, 굳이 다투고 싸울 일도 없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게는 큰 가르침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제 몸이 감기 때문에 아플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제주도에서의 시간들이 제게는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제주도까지 와서 몸이 아플까라고 생각하면 속만 상하고, 짜증이 나기 마련입니다.

 

아브라함은 어쩌면 이렇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럴 수 있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아들이니, 하느님께서 데려가실 수도 있지! 그러니 원망과, 슬픔은 뒤로 한 채 아들을 하느님 제단에 바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한 아브라함에게 더 큰 선물을 약속하셨습니다. 만일 아브라함이 그럴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면 신앙의 역사에서 우리는 아브라함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럴 수 있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중풍병자들을 고쳐 줄 수 있나, 5000명을 배불리 먹일 수 있나, 풍랑을 잠재울 수 있나,’라고 생각을 하니 이해 할 수도 없고, 배가 아프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는 보지 못하고, 꼬투리만 잡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한다는 말이 사람이 어떻게 죄를 용서한다고 하는가!’입니다. 사람이 죄를 용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닫히니 지극히 당연한 것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지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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