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04 조회수955 추천수17 반대(0)

저는 형이 둘 있고, 여 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어릴 때는 형들이 부러웠습니다. 큰 형은 장남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글쓰기, 미술, 음악에도 재능이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했다면 예술분야에서 공부를 했을 것 같았습니다. 둘째 형은 키가 크고, 운동 신경이 좋았습니다. 달리기도 잘 했고, 옷을 입으면 잘 어울렸습니다. 아무래도 옷걸이가 좋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여동생은 당연히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막내이면서 여자였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들은 딸들을 예뻐하시기 마련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들 중에 한명은 사제가 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예술적인 감각이 있는 큰 형이 신학교에 갈 수도 있었고, 운동 신경이 좋고, 키가 컸던 작은 형이 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예술적 능력도 별로 없고, 신체적인 조건도 그리 좋지 않았던 저를 택하셨습니다. 이것 또한 신앙의 신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저를 여러 곳에서 일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사목 국에서는 교육담당 업무를 했었습니다. 해외 연수도 다녀 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본당 신부로 사목을 할 수 있게도 해 주셨습니다. 청소년 국에서는 수련장 관리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교구의 성소 국에서 사제성소를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봐도 참 놀라운 일입니다. 단 한 번도 제가 원한 일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자동차의 스페어타이어처럼 어딘가 상황이 벌어지면 제가 가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어타이어는 언제나 차 트렁크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지내는데,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릇이 그릇을 만드는 사람에게 나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성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옹기장이 손에든 진흙처럼, 내 영혼을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들도 단식을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아니 여러분들에게 더욱 큰 시련과 아픔, 박해의 상황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나를 따르십시오.’

 

제가 좋아하는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하느님!

저에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을 주십시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주말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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