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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11 조회수1,084 추천수12 반대(0)

동창 신부님께서 사목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기도생활, 봉사생활, 나눔을 잘 하는 분들 중에서 선임을 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3박자를 골고루 잘 하는 분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보이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에서 이런 멋진 글을 찾았습니다. ‘시간은 햇빛에 그을어지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드러나면 신화가 된다.’ 시간을 두 가지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선으로서의 시간입니다. 길이로서의 시간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있으며 그것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간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 살다가 죽으면 장수했다고 말하고, 젊어서 죽으면 요절했다고 합니다. 이 시간은 사건의 연속이고, 그 안에서 굳이 의미를 추구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신화의 시간, 의미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나와 우주가 하나가 될 수도 있고, 과거와 현재가 매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꿈속의 나비가 나일 수도 있고, 내가 꿈속의 나비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과 씨름을 할 수도 있고, 거센 불길 속에서도 환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죽음은 슬픔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순환의 시간입니다. 가난했어도, 일찍 죽었어도, 병이 들었어도, 모진 고통을 받았어도 의미의 시간에서는 신화가 되고,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는 다른 모든 것들은 기꺼이 포기 할 수도 있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우리는 베네딕토 성인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랜 박해의 기간을 끝내고, 교회는 드디어 신앙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성전을 세우고, 복음을 전하고,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참된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왔습니다. 오랜 가뭄에 굶주리던 야곱의 가족들이 풍요의 땅 이집트로 들어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야곱도, 요셉도 결국은 풍요의 땅 이집트에 묻히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땅인 광야에 묻히기를 원하였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바로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교회의 소중한 유산인 수도회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눈에는 파도가 거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파도를 일으키는 것은 수면 아래에 있는 엄청난 물의 힘입니다. 교회가 화려할 수 있는 것은 기도 중에,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바로 그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덧없는 인생길에 참된 자유와 평화를 주시는 분을 찾아서 평생 수도생활을 하였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성인은 우리 교회에 영성이라는 커다란 보물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분은 일하며 기도하라.’는 말을 하였으며, 이것은 영성의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성인은 530년경 서방 수도원의 발생지가 되는 수도원을 건립하고 수도회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올바른 금욕 생활, 기도와 공부, 그리고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생활이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교계제도로 성장했던 교회는 수도회와 영성이라는 친구를 만나 더욱 발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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