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19 조회수1,084 추천수10 반대(0)

유럽 문명과 문화의 뿌리인 그리스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커다란 장점을 가진 나라입니다. 유럽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항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그리스의 항구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리스는 선박 왕이라고 부르는 부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자연적인 강점입니다. 그리스에는 유럽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많은 문화유산들이 있습니다. 해 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로 관광을 떠납니다. 이는 문화적인 강점입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만큼이나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민족적인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리스가 유럽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세금을 걷어서 운영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내야할 사람들이 내지 않는다면 국가는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그런 부정과 부패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는 지도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빼어난 자연, 훌륭한 문화유산, 민족적인 근면함이 있어도 그것을 통합하고, 이끌어갈 지도자가 정의롭지 못하면 모래위에 지은 집과 같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엄청난 경제적인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당시의 충격은 전 국민의 가슴에 깊은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의 가족도 당시의 경제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해서 아직까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전 국민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였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눈물을 머금고 우리의 기업을 헐값에 외국기업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기업,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했습니다.

 

계절이 변하듯이, 태풍이 불듯이 국가적인 위기는 올 수 있습니다. 경제는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민족은 냉엄한 국제 질서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런 위기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싸움을 일삼는 민족은 도태 될 것입니다.

 

서울 교구에는 229개의 본당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본당은 믿음과 사랑, 나눔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신자들은 마음이 열리면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없어서 상가에서 지내는 것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새로이 성전을 신축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가 건물의 좁은 공간에서 TV 모니터를 통해서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미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 수가 적은 것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잘 알 수 있기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저도 300명가량 되는 성당에서 3년 동안 신자들과 함께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초대교회처럼 서로를 위해서 나누었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딱 하나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분열입니다. 분열된 공동체는 재정적인 넉넉함이 있어도, 화려하고 커다란 성전이 있어도, 신자수가 많아도 위기를 겪기 마련입니다. 왜 공동체가 분열될까요?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한 시간씩 미사 전에 기도하는 사제는 영적인 힘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뜻을 이루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기 마련입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만나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먼저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억울한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사제가 본당에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본당은 분열되지 않을 것입니다. 겸손한 모습으로 찾아가는 사목을 하면 좋겠습니다. 구역모임, 레지오 훈화, 각 단체의 모임에 가능하면 잠깐이라도 함께 하면 좋습니다. 그러면 몇몇 신자들의 달콤한 말 보다는 신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례가 나면 제일 먼저 가서 연도를 바치면 좋겠습니다. 유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유족 중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에 선교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흥 5동 성당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84세이신 어르신께서 파주에서부터 교리를 배우러 오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직행버스, 지하철, 마을버스를 타시고 교리를 배우러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가실 때도 마찬가지로 마을버스, 지하철, 직행버스를 타고 가시는 거라 하십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을 내는 저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은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동창신부님께 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날자와 시간을 말씀드렸고, 강의 주제와 시간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장소이야기를 하니까 좀 멀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장소가 멀면 잘 안 가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 신앙을 잘 모르시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나오시는데, 우리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늦장을 부리고, 짜증을 내고, 불평을 하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온 몸과 마음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고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재물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권력이나 세상의 지식이 아닙니다.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것도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잠시의 기쁨은 주지만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하느님입니다.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잉태되었음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셨지만 부활하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톨릭 신앙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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