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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우리가 나누어 마셔야 할 잔 속에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25 조회수1,107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가 나누어 마셔야 할 잔 속에는


 

헨리 나우웬 신부님의 저서 ‘춤추시는 하느님’을 읽다가 발견한 글입니다.


 

“우리는 쉬운 승리를 좋아합니다. 위기 없는 성장, 통증 없는 치료, 십자가 없는 부활을 좋아합니다. 영웅과 기적의 주인공과 신기록 수립자가 들어올 때 환호를 보내며 페레이드 구경하기를 즐겨합니다.”


 

신부님의 예리한 지적에 100% 공감합니다. 신부님의 일침은 우리에게 값싼 신앙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대로 하느님께서 요청하시는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도록 우리를 안내합니다.


 

얼마 전 개신교 원로목사님들이 모여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진단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들이 나눈 진솔한 자기 성찰은 우리 가톨릭교회에도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날 한국 교회에는 예배는 있으나 영성은 없고 인물은 있으나 인격은 없습니다. 건물은 있으나 교회는 없고 명성은 있으나 존경은 없습니다. 목회자의 영적인 인격 개발이 중요합니다. 요즘 목사들 모이면 주된 화제가 ‘신자가 몇 명이냐?’ ‘예산은 얼마냐?’라는 것입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와 건강한 목회정신이 살아나야 합니다. 교회는 돈이 중요하지 않은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위대한 야고보 사도의 축일 마다 교회 전례는 한때 미성숙했던 그와 어머니의 신앙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참된 제자, 참된 신앙인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칩니다. 후에 엄청난 신앙의 성장을 이룬 후 스승님을 위해 순교까지 불사한 야고보 사도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복음 구절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단이 이제 공생활의 절정기를 넘어 서서히 주님 수난의 골고타 언덕을 향해 올라가던 길이었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그 날’에 대한 걱정으로 예수님의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야고보와 요한 사도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예수님 앞에 다가와 엎드려 절하며 한 가지 청이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청하느냐고 예수님께서 물으시니 그 대답이 가관입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오 복음 20장 21절)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승 예수님께서는 이제 곧 당신 사명을 완수하시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살 떨리는 십자가 길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두 핵심 제자가 어머니까지 등에 업고 ‘인사 청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불상사는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왜 교회 안의 이런 저런 봉사직무를 맡고 있습니까? 우리는 왜 수도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제직분을 수행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명명백백히 가르쳐주셨습니다. 당신께서 마신 ‘잔’을 나누어 마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마신 ‘잔’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승리와 영광의 달콤한 포도주? 세상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환호? 거듭되는 치유와 신비 체험? 절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신 잔, 우리도 마셔야 할 잔속에는 바로 이런 것이 들어 있습니다. 희생과 헌신, 섬김과 봉사, 고통과 상처를 넘어 용서와 화해, 골고타 언덕에 이르기 까지 흘려야 할 땀과 피, 결국 하느님을 위한 순교, 희생제사...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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