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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하느님 나라의 그물 속에서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31 조회수1,238 추천수1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 나라의 그물 속에서


 

갈릴래아 호수를 무척이나 사랑하셨던 예수님이셨기에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던 어부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들이 고기 잡는 방식은 두 가지였습니다.


 

가장 손쉬운 투망, 아니면 소위 ‘쌍끌이’라고 불리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선 두 척이 힘을 합쳐 큰 그물을 던지고 나서 위로 끌어올려 그물 속에 갇혀있는 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그들이 한결 같이 꿈꾸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만선(滿船)’ 대어(大漁)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같이 쉽지 않습니다. 낚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물을 꿈꾸며 낚싯대를 드리워보지만 즉시 몰려드는 녀석들은 잔챙이들뿐입니다. 꾼들이 꿈꾸는 팔뚝만한 녀석들은 바다 속 깊은 골 어디선가 웅크리고 있지 여간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실적이 없어 마음이 허탈한데 새끼 손가락만한 녀석들만 계속 올라옵니다. 화가 잔뜩 난 꾼들은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올라온 잡어들을 멀리 던져버립니다.


 

그러다 마치 기적처럼 대어가 잡힐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집니다. 묵직한 입질이 올 때부터 표정이 바뀝니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왔구나, 왔어!’를 연발합니다. 육지로 올라온 녀석과는 일단 인증 샷부터 한 장 찍습니다. 너무 고마워 뽀뽀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흐뭇한 마음으로 녀석을 고기 망에 넣어둡니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망을 들어 올려 보며 흡족해합니다.


 

어부들이 큰 쌍끌이 그물을 걷어 걸려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을 육지로 들어 올리듯이 언젠가 하느님의 그물에 걸려 하느님 나라의 좌판에 놓여 질 우리 각자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느님 앞에 크고 작은 물고기들입니다. 토실토실한 대어가 되어 칭찬 받을 수도 있지만 쓸모없는 잡어가 되어 멀리 던져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하느님 눈에 재수 없는 잡어 새끼로 비춰지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매일의 육적 양식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양식도 부지런히 섭취해서 영적으로 듬직한 대어가 되어야겠습니다. 매일 나를 갈고 닦고 성장시켜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큰 물고기가 되어야겠습니다. 매일 나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나를 더 관대한 사람, 더 인자한 사람, 보다 큰 사람으로 변화시켜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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