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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겸손치 못할 바에야 숫제 아무 것도 말아야 - 김찬선(레오나드로)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12 조회수1,263 추천수10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오늘 마태오복음 18장의 이 말씀은 같은 마태오복음 16장에서
          베드로 사도에게 하신 말씀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너>, 
          곧 베드로 개인에게 하신 말씀을
          <너희>, 곧 공동체 
          모두에게 확장하여 하신 말씀의 차이인데
          그러나 베드로 사도에게 풀고 매는 권한을 주신 것도
          실은 개인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대표에게 주신 것이었지요.
             
          아무튼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공동체성을 강조하십니다.
          공동체 안에 누가 잘못을 하면 같이 교정을 해주고,
          공동체 안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같이 기도하라 하십니다.
          잘못된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같이 해결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어려운 일을 같이 해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고,
          그래서 조금만 관심과 사랑이 있어도 같이 기도하고,
          그럼으로써 사랑이 확인되고 증진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기도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을 교정해주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사랑이 보통 많지 않으면 하기를 꺼려하고
          덕이 없으면 하려고 해도 해낼 수 없습니다.
          사랑으로 푼다는 것이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들지요.
             
          사실 잘못이 있다고 얘기하면 좋아할 사람 별로 없고,
          잘못을 선선히 인정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선선히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성숙한 사람이고,
          그래서 그런 사람은 사실 
          얘기가 필요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잘못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라고까지 해야 하니 
          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네 잘못이나 고치라고 역공을 할 것이니
          실상 자기도 잘못이 많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웬만한 사랑을 가지곤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고,
          욕을 바가지로 먹을 각오로 용기 내어 말을 꺼내더라도
          완강한 거부를 만나면 이내 움츠러들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다른 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공동체적으로 푸는 것이고
          너의 잘못을 고쳐라가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고치자이지요.
             
          너만 잘못인 것이 아니고 나도 잘못이 있으며
          너의 잘못만 아니고 너의 잘못에 내 탓도 있고
          너의 잘못이 아니고 사실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하는 겁니다.
             
          여기에는 부드러운 사랑이 있고,
          그 밑바탕에는 겸손이 있습니다.
             
          겸손이 기초되지 않으면 
          만덕이 불가능하다는 그 진리가
          잘못의 공동체적 교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겸손치 못할 바에는 
          숫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 김찬선(레오나드로)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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