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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14 조회수1,288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8월 14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For this reason a man shall leave his father and mother
and be joined to his wife,
and the two shall become one flesh?
So they are no longer two, but one flesh.
Therefore, what God has joined together,
man must not separate.
(Mt.19,5-6)
 
 
제1독서 여호 24,1-13
복음 마태 19,3-12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도시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방학을 이용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신 시골에 놀러 가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개울가에서 물장구도 치고, 개구리를 잡으면서 놀았던 일, 무엇보다도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소나 돼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시골의 신나는 일이었지요. 여기에 손주가 왔다가 해주시는 닭백숙도 잊지 못할 시골에서의 추억입니다. 이렇게 시골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골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이런 꿈을 가지고 있어서 신학생 때에도 시골 본당신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품었습니다. 농사도 지으면서 사목을 하는 시골신부 말이지요.

사제가 된 후,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강화도에 있는 갑곶성지에 부임한 것이었지요.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꿈이었기에 처음에 얼마나 포부가 대단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환상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시골의 삶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환상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었지요.

쉽지 않는 시골의 삶을 지내면서 점점 ‘어렸을 때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하지가 않은 것입니다. 지금의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으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시골의 삶이 익숙해지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면서 시골의 삶이 재미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먼저 지금의 자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님께서 내게 마련해주신 이 자리, 이 자리가 가장 내게 좋은 자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에 분명히 행복 역시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를 나의 자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 그런 모습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내를 버리는 당신의 관습을 꾸짖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시지요. 물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교회가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헤어지는 것이라면 주님께서 원하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지금의 내 자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십니까? 혹시 환상 속의 자리만을 생각하면서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만을 내뱉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의 자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바뀔 때 인생도 바뀐다( 앤드류 매튜스).


사람들의 바램이 담겨 있는 초.

 

띄어쓰기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띄어쓰기에 관한 예문을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라는 글을 칠판에 적고서는 어떤 뜻인지를 물으셨지요. 한 아이가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것이지요.”라고 답하자,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다시 쓰시면서 “방이 아니라 가방에 들어가시는 것인데?”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어떻게 띄어 쓰냐에 따라서 문장의 뜻이 달라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는 띄어 쓰는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문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러한 간격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솔직히 사람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소유하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자녀를, 형제를, 친구를, 그밖에 다른 사람들에 집착하면서 그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주기를 원합니다. 꽉 붙어서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띄어쓰기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람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때,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나의 만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막시밀리아노 콜베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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