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구원의 빛나는 예복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0 조회수1,346 추천수18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구원의 빛나는 예복


 

어느 해 늦가을이었습니다. 때 이른 한파에 낙엽이 겹겹이 쌓이던 어느 날 수도원 마당을 쓸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큰 집’ 출신 형제분이 찾아왔습니다. 점심 한 끼 대접하면서 근황을 물으니 너무 괴롭다는 것입니다. 날씨는 추워지는데 손에 쥔 돈은 한 푼도 없고 마땅히 잘 곳도 없다고...


 

마침 ‘주거래’하고 있던 따뜻한 보호 시설을 알고 있어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당장 모시고 오랍니다. 본인도 입소를 원해, ‘이게 웬 떡이냐!’ 하고 그 형제를 모시고 가는데, 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실 때 번거롭겠지만 구청 사회복지과에 들러 서류 하나를 떼어오라고...


 

그래서 그 형제와 함께 구청 담당자를 찾아갔겠지요. “어떻게 오셨어요?” “네, 노숙인 발생 신고서 떼러왔습니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는 저희 둘을 한참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하시는 말씀!


 

“두 분 다 입소하실 건가요?”


 

그 말씀에 너무나 큰 충격을 입은 저는 그 뒤로 가급적 옷을 잘 입고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워낙 적당적당 입고 살아온 세월이 오래 되서 쉽게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옷이 날개’란 말이 있습니다. 꼭 값비싼 유명 메이커 옷이 아니더라도 신경을 좀 쓰는 것이 필요하겠죠. 깨끗하고 단정한 옷, 때와 장소, 나이나 직책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은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평소에도 옷을 잘 입어야겠지만 특별한 때, 예를 들면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는 반드시 그 장소에 어울리는 예복이 필요합니다. 진지하게 조의를 표해야하는 순간이나 마음을 다해 축하해야 하는 순간, 기본이 안 된 사람, 몰상식한 사람으로 눈총 받지 않으려면 정성스럽게 다림질 된 예복은 필수입니다.


 

인간 세상의 잔치에도 신경을 쓰는 만큼 하늘나라 잔치를 위해서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하늘나라 잔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예복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 나라를 위해 아주 잘 어울리는 예복은 아무래도 ‘이웃사랑의 실천’이란 예복일 것입니다. ‘희생’, ‘겸손’, ‘자선’, ‘기도’란 예복이겠지요. ‘고통의 적극적인 수용’, ‘십자가를 기꺼이 수락함’이란 예복도 아주 아름다운 예복입니다.


 

그런데 모든 예복 중에서도 가장 값진 예복이 있는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란 예복입니다. 하느님 나라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세상이란 낡은 옷을 벗고 예수 그리스도란 새로운 예복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 잔치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예복, 가장 값진 예복을 입었던 사람이 한 분 계신데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그분은 온 몸을 온통 오직 예수 그리스도란 예복으로 치장한 분이었습니다. 예복 중에 가장 빛나는 예복, 구원의 빛나는 겉옷인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온 생애를 단장한 왕후가 바로 성모님이셨습니다.


 

하느님 대전에 나아가기 위해 수도자로서 꼭 갖춰 입어야 할 예복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청빈이란 예복이 아닐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찌릅니다.


 

“봉헌 생활에서 청빈은 ‘방벽’이자 ‘어머니’입니다. 봉헌 생활을 지켜 주기에 ‘방벽’이고, 성장하도록 돕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에 ‘어머니’입니다. 청빈 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다시 한 번 세속에 찌든 낡은 예복을 벗어버릴 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빛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