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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25 화/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겉과 속이 같은 참 사람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4 조회수1,211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21주 화 마태 23,23-26(15.8.25)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마태 23,26)


 
Denunciation of the Scribes and Pharisees


 


 겉과 속이 같은 참 사람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죽는 일만큼 쉽지 않은 듯싶다. 그러다보니 생존의 몸부림 속에 하느님을 잊고 사람됨의 근본을 망각하기도 한다. 하느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위선적으로 허세를 부리고 체면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의 말씀들은 이런 우리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추스르도록 촉구하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겉과 속이 다르게 처신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회개를 촉구하신다. 먼저 십일조에 관한 말씀을 보자. 구약 시대에 십일조는 하느님의 절대적 점유권을 상징하는 뜻에서 소출의 십분의 일을 사제들의 생활에 보탰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모든 소출에 십일조를 확대시켰으며, 로마제국은 그 어마어마한 수입에 탐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십일조의 근본정신이 정의와 자비와 신의임을 상기시켜주신다. 여기서 정의란 각 개인의 권리를 뜻하고, 자비란 각 개인의 기본권을 알아주는 자세이며, 신의는 성서의 가르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순명을 뜻한다(예레 5,1; 로마 3,3). 예수님께서는 최소한의 규범을 지키는 것에만 만족하지 말고, 각 사람의 권리와 인격을 최대한 인정해 주어야 함을 가르치신다.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24절) 이 말씀은 중요한 것을 고의적으로 외면한다는 뜻일 수 있고, 사소한 일에 집착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자가당착이나 생명경시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망각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상대적인 것을 절대화시키는 종교적 변태를 야기한다.

서양 속담에 ‘수도복이 수도자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실제 명칭이나 신분에 합당한 삶을 살지 않는 수도자들을 꼬집는 말이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축성을 받은 사람으로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고 그 소명에 합당한 말과 성실한 응답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위선자가 아니겠는가!

25-26절에서 언급되는 잔과 접시는 인간 전체를 상징한다. 인간은 정결예식이 아니라 율법의 기본정신에 따른 올바른 행동으로 깨끗해진다. 탐욕과 방종을 비워냄으로써 하느님의 눈에 깨끗이 보이는 자가 참 사람이다. 따라서 잔의 안쪽은 내면의 태도라기보다는 하느님 앞에서 마음을 다하여 율법을 실천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고 잔의 바깥쪽은 인간 앞에 나타나는 의인을 상징한다.

위선이란 거짓을 진실처럼, 남의 선을 자신의 것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봉사하거나 강의를 들어도 그 동기가 다른 이의 시선이나 체면 때문이라면 그보다 추한 위선은 없다. 겉다르고 속다름은 어울리거나 하나가 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우리는 나 자신과 공동체의 삶에서 얼마나 자주 이런 틈과 가면을 자주 보는가! 문제는 머리로 살려 하지 온 마음과 온 정신과 혼을 쏟아 모든 것을 마음에 새기고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도 바오로는 복음을 선포하면서도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 했고, 한 번도 아첨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탐욕을 부리지도 않았다(1테살 2,4-5 참조). 성 프란치스코가 포지오 부스토네라는 은수처에 머물던 때, 성탄이 다가와 군중이 그의 설교를 들으러 모이자 그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저를 거룩한 사람으로 믿고 이렇게 열성적으로 모이셨습니다. 그러나 실은 이번 단식기를 맞아 저는 돼지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병약하여 음식을 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에조차도 이를 자주 식도락의 소치로 보며 위선에 떨어지지 않았다(2첼라노 131).

나에게 있어 떨쳐 버려야 할 겉치레 모습은 무엇이며 벗어버려야 할 가면은 어떤 것들인가? 나는 하느님 앞에 참으로 깨끗하고 진실한가?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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