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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26 수/ 기 프란치스코 신부님 - 영적인 순수함과 유연함을 품고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5 조회수1,071 추천수11 반대(0) 신고



    연중 21주 수 마태 23,27-32(15.8.26)


“너희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마태23,28)


 
Hillside of whitewashed tombs


 


 영적인 순수함과 유연함을 품고 

오늘의 시대는 순수한 신앙의 가치를 살아내기에 너무도 힘들고 강력한 도전들이 널려 있다. 순수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속고 바보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제아무리 진실한 마음과 바른 생각을 지녔다 해도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다. 겉은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23,27-28 참조)라고 하시며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질책하신다. 율법을 형식적으로만 지키며 의로운 체하는 이들의 표리부동을 질책하신 것이다.

당시 길가에는 무덤들이 많았는데, 유다인들의 3대 명절 때는 순례자들이 붐벼 무덤에 몸이나 옷이 닿곤 했다. 그렇게 되면 불결해져서 축제에 참여할 수 없으므로 이를 막으려고 길가의 모든 무덤에 회칠을 해두는 것이 관례였다.

회칠한 무덤들은 맑은 날에는 하얗게 빛나 보였고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였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언자들의 신앙에 참여하고 예언자들이 당하던 박해를 보속하는 뜻에서 기념관과 같은 무덤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조상들 시대에 살았더라면 예언자들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30절)라고 말한다.

실제는 어땠는가? 그들은 위선적인 행동으로 예언자들을 박해하던 이스라엘인들 편에 서 있었다. 그들은 구세사를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쓰라린 대화를 곡해하였다. 그들의 이런 태도야말로 가장 위선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썩어가는 시체의 악취로 진동하고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찬 회칠한 무덤과 같다고 책망하신 것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문제는 영적인 유연함의 결핍이다. 영적으로 유연하다는 것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며 인내로이 기다리는 태도를 말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충고나 의견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독선은 영신 생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영으로 유연한 사람은 성 프란치스코가 가르치는 “어머니가 자녀를 사랑하듯” “사랑의 정신으로 자진해서 서로 봉사하고 순종하며”(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 5,14),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가슴 태우는 사람”(권고 9)이다. 그리고 형제의 죄 앞에 인내와 겸손을 지닐 줄 아는 사람이다.

위선에 빠지지 않으려면 영적인 허영으로 가득 찬 말을 중요시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럴싸하게 보이는 성실은 쓸모가 없다. 화려한 언변이나 있어 보이는 외모나 옷차림, 명품 핸드백과 같은 것 때문에 다른 이에게 호감을 받거나 인정받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자신의 내적인 불성실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행동은 참으로 경건했으나 그들의 내면은 교활했고 부패한 죄로 가득했다. 나 또한 속은 썩어 있고 미움과 탐욕, 절망과 부정적 시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죽은 무덤을 실속 없이 화려하게 꾸미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영적 유연함을 잃고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빛깔의 독버섯이나 회칠한 무덤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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