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7 목,
* 더 늦기 전에
작고 아담했던 수도원 옛날 성당을 그리워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제 기억으로 그 성당은 매우 좁고 불편했습니다.
주일만 되면 성당과 이어진 객실 식당을 트고 손님용 긴의자를 놓느라 수선을 피웠고 큰 행사를 치르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겨울에는 비좁은 공간에서 복닥거리며 체온으로 추위를 녹였지만 여름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기도 때마다 땀으로 온몸이 흥건히 젖곤 했습니다.
하지만 선배수사들이 성당을 작게 지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성당을 크게 지으면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던 낙동강이 지금은 거대한 녹색 호수로 변해 버렸습니다.
정부가 4대강 개발사업을 한다며 강줄기를 군데군데 댐으로 막아 버린 탓입니다.
썪어 가는 강물을 보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합니다.
자본의 유혹에 빠져 버린 우리는 창조주가 맡긴 임무를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피조물들을 도리어 착취하고 학대하는 못된 종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6의 멸종을 예측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멸종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주인의 재산을 슬기롭게 관리하는 착한 종의 본분으로 돌아야 할 때입니다. 더 늦기 전에.
- 고진석 신부(왜관베네딕도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