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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영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8 조회수774 추천수5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마태오 25,1-13)


돌아가신 저희 친할머니 덕분에 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날수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시작되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저는 늘 성당에 있는 아이였습니다.

워낙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림자 같은 아이였던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어린이미사가 매주 토요일 5시였고, 미사전에 교리시간이 한시간 있었는데,

저는 점심먹고 바로 성당으로 출발해 아무도 없는 성당에 앉아 그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한주도 빠짐없이 말이지요... 

그런 저를 가족들은 창피해했고, 못하게도 말렸지만 저는 멈추지않았습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하느님이 좋았고,

학교보다 집보다도 하느님이 계신 성당이 좋았습니다.

그분이 누구이신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렇게 그분이 계신다 믿었던 성당에 제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알아봐주는 사람 없었고, 언제나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들뒤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던 저였지만,

하느님은 그런 저를 눈여겨 지켜 보고계셨다는 것을 긴 시간이 흐른뒤에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후로 제 성장과정에서 하느님은 언제나 중심에 계셨습니다.

아주 잠시동안 혼란에 빠져있던적도 있었지만,

그때 역시도 제 심장 가장 깊은곳에 하느님은 함께 계셨습니다.

그렇게 성인이되고 어느날 하느님의 영을 아주 깊이 체험할수있던,

역사적인 날이 제게 허락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이 비천한 육신을 감싸안아주실때,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몸이 그분의 통치하에 있다는 것을 너무나 강하게 느낄수 있었기때문이지요.

하느님은 하늘 어딘가에서 나를 내려다 지켜보고 계시는분 이라는,

제 오랜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순간이었지만,

제 지나온 모든 삶속에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하고 계셨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흡사 임사체험한 사람들과 비슷한 경험이었던것 같습니다.

지나온 제 모든 삶이 한순간에 모두 보였는데, 중요한 것은 지나온 제 삶이 아니라,

그 모든 순간 저 혼자 살아낸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셨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 다음은, 하느님의 위로였습니다.

사실, 제 삶은 온통 상처투성이의 삶입니다.

가족들과의 관계가 아주 엉망이거든요.

아주 어린시절부터 틀어질대로 틀어진 부모, 형제들과의 제 관계는,

아직도 풀리지않는 복잡한 관계에 있습니다.

그 어느누구에게도 위로는 커녕 이해조차 받을수 없는 그런 삶이 제 삶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제 마음속 상처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끌어안아 주셨습니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다 알고 계신다고, 내가 다 보았다고, 괜찮다고... 그렇게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주신 선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쁨' 이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기쁜지 이날 이후로 울보가 된 저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울면서도 기뻐했습니다.


지금은, 그 후로 또 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때의 그 기쁜마음을 어찌 추스려야할지 몰라 여기 이곳 굿뉴스 묵상방에 제발로 찾아왔었더랬습니다.

스물다섯 어린나이에 감히 하느님의 사랑이 어떠시고 저떠시고...

참 열심히도 떠들어댔었습니다. 

요즘,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묵상방에서 새로 글을 올리면서 십년전 이곳에서의 저를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의 그 기쁨과 열정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다시 글을 찾아 몇개 읽어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어 낯이 뜨겁기도 하지만,

그 글속에 분명히 느껴지는 제 '기쁨',

바로 '등잔 속에 가득차있는 기름'을 다시 갖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지난 십년 세월을 보내면서 제 등잔 속에 넘치도록 차있던 기름이 이제는 바닥을 보이는것 같습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안에 '하느님의 영'이 함께 계신다고 분명히 믿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믿음이기도 하지만,

이는 사람을 창조하실때 사람의 코에 하느님의 숨을 불어넣으셨다라는 말씀이 분명있으셨기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사람안의 하느님의 영을 잠재우고 사는 사람도 있고,  깨워 함께 사는 사람도 있고... 

그것은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영을 깨워 함께 해달라고 자꾸자꾸 보채면,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어느때에 벌떡 일어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깊이 깨우쳐주십니다.


요즘 복음말씀에 늘 깨어있을것을 강조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이어집니다.

이 말씀이 어쩌면 우리에게 '깨어있으라' 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안에 잠들어계시는 '하느님의 영'을 어서 깨워달라는 부탁은 아니실런지요.

'어서 나를 깨워다오. 내가 일어나 너와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란단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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