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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1 조회수945 추천수4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The Spirit of the Lord is upon me,
because he has anointed me
to bring glad tidings to the poor.
(Lk.4,18)
 
 
제1독서 1테살 4,13-18
복음 루카 4,16-30
 

며칠 전, 약속장소에 나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면 기사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분이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제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분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 말의 요지는 지금 이렇게 어려운 것은 종북과 같은 빨갱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상의 자유라는 것은 그냥 생각만 하고 있어야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말씀하셔서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말끝마다 욕을 하시는데 듣는 저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기 자랑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지금은 택시기사를 하고 있지만, 특허출원을 2개 해 놓았는데 이것이 대박 나면 100억 수입은 날 것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에 대해서도 침묵하자, 이번에는 자신이 운이 아직 안 되었는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지금까지 로또 복권 숫자 6개 중에 5개 맞은 경우가 일곱 번이나 되었는데, 운이 없어서 1등에는 당첨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시네요.

대화란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의 생각만을 이야기하고, 자기 자랑만을 한다면 이는 대화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저 역시 상대방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제 생각만을 이야기할 때가 참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기 보다는 제 자랑을 더 즐겨 말하기도 했었지요. 그럴 때 제 대화의 상대 역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 대화의 상대인 주님께도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내 입장에 맞춰서 기도하고, 내 이득만을 위한 기도를 할 때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자렛의 회당에서 당신의 사명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을 낮춰 보면서 그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고을 밖으로 내 몰아 벼랑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을 똑같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아니었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잘 말해야 합니다. 혐오감을 주는 기도, 상처를 주는 기도,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기도,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를 피해야 주님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주님의 대화법을 떠올려 봅니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시는 예수님, 그러나 강자에게는 철저히 강자의 모습으로 올바른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요?

모든 사람에겐 다른 사람에게 없는 자기만의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하시디즘).


나의 모든 것을 척척해주는 슈퍼맨 같은 주님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의 음식들을 찾아 먹습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맛이기에 열심히 그 나라의 음식을 먹습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다보면 점점 한국음식이 그리워집니다. 더군다나 전날 과음이라도 했다 싶으면 그 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음식도 필요 없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특별 음식 역시 필요 없습니다. 바로 싸고 편리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라면’ 한 그릇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됩니다. 얼큰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면말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됩니다.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생각나는 라면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는 가끔 생각나서 찾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따뜻한 마음, 사람들이 찾는 사람보다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더 원할 때가 많습니다.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은 아닐까요?


무엇인가를 마실 때 꼭 필요한 컵과 같이 필요한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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