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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3 목/ 기 프란치스코 신부 - 소유 없이 주님을 따름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2 조회수966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 목 루카 5,1-11(15.9.3)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루카 5,11)


 
The call of Simon the fisherman

 


 소유 없이 주님을 따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참으로 많다. 육신적·정신적·영성적으로 삶을 유지하고 성장시켜 나가려면 재물과 일, 사람, 정보 등이 요청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필요로 하는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려면 그런 것들에 애착을 두어서는 안 된다. 이 역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어부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제자로 부르시는 이야기이다. 루카복음은 마르코 복음과는 달리 예수님께서 그들을 부르시기 전에 먼저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심으로써 그들이 응답을 준비하도록 이끌어주신다. 그분은 더러운 영에 들린 이를 치유하시고,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시며, 고기를 잡으러 나섰던 베드로에게 나타나시어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를 많이 잡도록 해주셨다(5,6).

먼저 사랑을 보여주신 예수님께서는 몹시 놀라 두려워하는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5,10)라고 말씀하시며 사랑으로 그를 제자로 부르셨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소유에 매인 존재’가 아니라 ‘사랑의 존재’가 되도록 부르셨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재산, 능력, 사회적 지위, 신체조건 등 각 사람이 지닌 조건을 보고 부르지 않으신다. 그분은 오직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으로 부르시는 것이다. 사랑의 부르심 앞에 유일한 응답의 방법은 '나 자신으로부터의 떠남'과 사랑뿐이다.

베드로는 사랑의 부르심 앞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5,11). 마르코복음(1,16-20)과 마태오복음(4,18-22)에서는 부르심을 받은 어부들이 그물과 아버지를 버린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모든 것’을 버린다(12,33; 14,33 참조). 루카복음은 이렇듯 예수님을 따름에 있어 소유로부터의 철저히 벗어나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물질과 사람과 피조물들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런데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따르려면 하느님 아닌 어떤 것에도 매여서는 안 된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자기 것으로 삼으려 하는 마음’(appropriatio)을 갖게 되면 거기에 마음이 머물고 애착이 생겨 영(靈)의 눈을 가려버린다.

예수님의 참 제자가 되려면 오늘 복음의 어부들처럼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되 자기 것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소유 없이’(sine proprio)의 상태를 항구하게 유지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착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 일이다. 외모, 학벌, 재산 등 눈에 보이는 것에 갇혀 계시는 하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자기 소유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상호관계 안에서 하느님이 드러나도록 관계의 중심에 주님을 모셔야 한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소유하려 하지 말고, 지니고 있는 것에 애착을 두지 않으며, 끊임없이 기쁜 마음으로 되돌리는 것이 제자다운 태도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때에야 진정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부와 자유와 참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이제 ‘소유 없이’ 내 안에 주님 모실 빈그릇을 마련하고 사랑의 순례를 시작하자! 하루를 살아도 모든 것에서 떠나 모든 이의 모든 것인 주님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로운 이들이 되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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