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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세상에서 떨어진 곳
작성자조경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3 조회수817 추천수2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언젠가 너무나 복잡한 심경을 안고 비행기를 탓던때가 기억납니다.

불편하고 싫은 여러가지 일들이 서로 얽혀있었고, 벗어나고픈 인간관계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 몇주 다녀오려는길 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밖에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참 작고 또 작았습니다.


저 작은 세상속에서 나는 대체 무슨 상처를 그렇게 많이 받고 살았을까...

이렇게 조금만 위에 올라와 내려다봐도 그저 손바닥만한 작은 땅위에 살고있는,

개미보다 작은 한사람일뿐인것을...


갑자기 무슨 대인배라도 된듯 저 아래 땅에서 벌어지고있는 많은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듯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다시 땅을 밟고 또 며칠이 지나면,

내가 언제 그런 크고 멋진 생각을 품었던 사람이었던가... 싶을만큼, 

다시 좁은 시야와 작은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고 살아간다는것이 함정입니다만,

그래도 잠시나마 땅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면,

부모가 자식을 품듯 보다 크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끌어 안을수 있게 되는것 같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 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1-11)


베드로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안목'과 그분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순명',

그리고 스스로 낮추는 '겸손'까지 두루 갖춘 훌륭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베드로를 직접 찾아가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배에 오르셔서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물론 군중과 예수님의 안전, 질서유지 그리고 집중도와 몰입도의 향상을 위해,

그러셨을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세상에서 조금 떨어지신다'는 의미도 될수 있을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라고 하시며,

이번에는 '세상과 더 많이 떨어져 나갈것'을 요구하십니다.

그렇게하니 베드로는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게됩니다.

그것도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만큼 말입니다.


베드로는 지난밤 같은곳에서 물고기를 잡기위해 애썼지만 못잡았습니다.

어쩌면 베드로의 신앙이 그러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베드로가 이미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깊었던 사람인것 같습니다. 

오죽 하느님의 마음에 드셨으면 예수님의 수제자가 될수 있었을까요...

분명, 하느님과 베드로 사이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감동 러브스토리가 무수히 많았을것이고,

그 증거가 오늘 복음에서 살짝 비추어지는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한발짝 떨어져 크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줄 아는 사람이었을것입니다.

그는 이미 뭍(세상)에서 떨어져 일하는 어부였기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 또한 아주 깊었을것 입니다.

하느님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다는 것이 거져 주어지는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사랑하는 하느님을 위해 살고자 노력해도 베드로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더이상 내려갈 바닥도 없다 절망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찾아와주십니다.

같은 호수, 같은 어부의 기술, 같은 배 그리고 같은 그물...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는데 그물이 찢어지게 올라오는 물고기들...

베드로는 예수님으로 인해 완성되는 자신의 신앙을 보게됩니다.


후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의곁을 떠나시고나서 베드로는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됩니다.

그때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처음 만난 오늘을 숱하게 떠올렸을것 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데려가기 위해,

베드로는 스스로 고독을 자처하며 세상에서 조금씩 조금씩 더 멀리 떨어져 들어갔을것 입니다.

예수님의 명으로 호수 깊은곳에 들어가 배가 가라 앉을만큼 잡아 올렸던 물고기들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이미 첫 만남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선교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셨습니다.

비록, 베드로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후에 얼마나 많이 이 날을 생각하고 묵상했을런지요...

오늘 복음을 읽으니 베드로가 했을 묵상의 무게가 제 마음을 짖누르듯 무겁게 합니다...


고작 몇시간 땅에서 떨어져 비행기에 올라도 복닥복닥한 세상은 참 별게 아니어보입니다.

뭘 위해 아웅다웅 시끄럼피우며, 서로 상처주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에서 조금만 떨어져 들어가면 그곳에 하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계셨다고...

더 상처받기전에 와줘서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꽉~ 안아주실것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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