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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영원한 새로움이신 예수 그리스도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5 조회수939 추천수7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원한 새로움이신 예수 그리스도


 

저희 수도회 총회에 참석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으로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전 세계 134개국에서 온 대표 살레시오 회원들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장 두 달 동안 꼭두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머리 맞대고 죽기 살기로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습니다. 회의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이지 ‘회의적’인 사람이 되더군요

.

 

이 모든 사람들 왕복 비행기표 값과 두 달간 체류비만 해도 가난한 청소년들 위한 건물을 몇 채나 사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태리어로 동시통역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언어 사용에 한계도 많이 느꼈습니다. 이런 회의가 도대체 수도회를 위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그런 회의감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회의 기간 내내 계속된 작업의 주제가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시대 새 포도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재해석하고 있는가?” “만일 돈보스코라면 이 시대 청소년들의 상황 앞에서 어떤 일을 하셨을까?”

 


저희는 끝도 없이 오늘 우리의 현실을 진단했고,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강점과 경쟁력을 무엇이며, 약점과 위기는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겠는지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그나마 우리 살레시오회가 전 세계 차원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식별과 검증 시스템’에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해오는 공동체들이 있는가 하면,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춘 공동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공동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었던 문제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연구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소멸되어간 공동체들이 밟은 절차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처음 출발은 다들 좋았습니다. 내세웠던 기치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뭐든 다 할 것 같았습니다. 이것저것에 손도 많이 댔습니다.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가고, 세월이 바뀌고, 세상의 주역들도 바뀌어 갔습니다. 삶의 스타일도 바뀌어갔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교회가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 언제나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하려는 과정을 거쳤어야만 했습니다. 시대에 맞는 복음을 공동체 안에서 되살려냈어야 했습니다. 이 시대에 예수님이 다시 강생하셨다면 어떻게 사셨을까? 이 상황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일을 하셨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부단한 자기정화(自己淨化) 작업과 쇄신작업이 필요했었습니다.


 

예수님을 새롭게 되살려내지 못한 공동체는 속빈 강정과도 같습니다. 보란 듯이 떠들고 다니지만 교회를 위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최고이며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형편없습니다. 이런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닌 특징이 한 가지 있는데 죽어도 공부안하는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책 한권 읽지 않습니다. 비판세력, 약자, 소외계층의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합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의 연대할 의욕도 힘도 없습니다. 구성원들은 서로 자기 몫만 챙기느라 바쁩니다. 자기네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세상을 위해 기여하는 바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 없이 사라져간 공동체를 바라보며 생각해봅니다. 그 어떤 공동체이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이라는 ‘영원한 식별의 기준’에 따라 수시로 스스로의 삶을 진단, 평가, 반성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복음에로의 부단한 회귀, 고통스럽지만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공동체의 앞날은 불투명합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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