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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5 조회수1,150 추천수6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9월 5일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Why are you doing what is unlawful on the sabbath?”
“The Son of Man is lord of the sabbath.”
(Lk.6,2,5)
 
 
제1독서 콜로 1,21-23
복음 루카 6,1-5
 

언젠가 어떤 신부님의 글씨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 신부님의 모습과는 달리 글씨를 너무나 잘 쓰시는 것입니다. 순간 제가 본 것은 그 신부님의 손에 들려 있는 펜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펜이 아니라 조금 특별한 모양의 펜이었지요. 저는 잠시 빌려서 한 번 써보았습니다. 훨씬 잘 써지는 느낌이어서 이 펜이 무슨 펜이고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지요. 아트펜이라고 하며, 미술 용품을 파는 화방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얼른 화방으로 뛰어 가서 아트펜을 구입했습니다. 저 역시 그 신부님처럼 멋진 글씨가 나올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지금 현재 저는 이 펜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아니,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 펜을 가지고서도 엉망진창인 저의 글씨체를 바꿀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그래서 저보다는 글씨를 잘 쓰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도구 탓, 환경 탓을 할 때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도구가 없어서, 환경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작 내 자신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인데도 말이지요.

요즘에 어떤 운동을 시작하려면 먼저 도구부터 구입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전거 쪽에는 더욱 더 그런 분이 많더군요. 앞으로 계속 탈지 안 탈 지도 모르는데 몇 백 만 원짜리 자전거부터 사고 보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여기에 완전히 선수처럼 보일 정도로 주변 장비까지 완벽하게 구비를 하십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과 꾸준함이 있을 때, 비로소 도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이 먼저고 자신에게 맞는 도구는 그 다음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중요한 것보다는 중요한 것을 돕기 위한 부차적인 것들에 더 힘을 쏟는 것 같습니다. 전혀 노력하지 않으면서 도구만 구입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바리사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 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고발합니다. 그런데 그 고발의 내용이 참으로 유치하지요. 즉, 길을 가다가 밀 이삭을 뜯어 비벼 먹었기 때문에 안식일 법을 어겼다는 것입니다. 뜯은 것이 추수한 것이고, 비빈 것은 타작하는 것이랍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안식일 법이 왜 있는지 그 법의 근본정신인 사랑은 보지 않고 사람들을 구속하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우리 역시 바리사이들처럼 남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그래서 자신을 들어 높이기 위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중요한 계명인 사랑이 제외된 모든 행동들은 주님 앞에서 의미 없는 행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면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삶의 외면도 바꿀 수 있다(윌리엄 제임스).


밀밭 사이를 지나시는 예수님과 제자들.

 

무엇이 중요할까요?

어떤 아이가 엄마에게 시험 성적표를 가지고 왔습니다. 성적표를 보니, 다 평균 이상인데 수학만 50점을 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술은 가장 높은 점수인 100점을 받았습니다. 이 아이의 엄마는 이 성적표를 보고서 학원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어떤 학원을 보냈을까요?

보통의 엄마는 이 성적표를 보고서는 수학 학원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수학점수를 높여야 성적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러나 이 엄마는 수학 학원이 아니라 미술 학원 등록을 시켰습니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생각보다는 잘 하는 것의 재능을 더 키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현명한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모든 과목에서 일등하기를 원하겠지만, 사실 모든 과목을 잘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 특별한 능력을 보이기는 쉽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만을 키워주는데 집중할 수 있다면 본인이 잘하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학원을 몇 개씩 끊어서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렸을 때 제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어렸을 때 떠올려지는 추억은 주로 놀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야구하고 축구했던 모습, 하루 종일 동네 공터에서 뛰놀던 시간들만 기억납니다. 공부한 것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또한 하기 싫은 학원 다녔던 시간들이 내게 정말로 좋은 시간이었다고 먼 훗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추억을 떠올리며 큰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러한 추억들을 간직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 집 앞의 학교 운동장. 이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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