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6 조회수978 추천수17 반대(0)

200511월에 저는 캐나다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막상 외국에서 살게 되니 힘든 일들이 많았습니다. 춥고, 외롭고, 한국 음식이 생각나고, 말을 배우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런 중에 통풍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아픈 다리를 끌고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쓸쓸하게 성탄을 맞이하게 된 저에게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가신 분이셨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를 하였다고 합니다. 저를 만나보고, 도와주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그 부부의 도움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을 소개 해 주셔서 통풍도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공부도 잘 마칠 수 있었고, 즐거운 해외 연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태오, 데레사 부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2년 전에 저는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서울을 가려면 용문 역에서 기차를 타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한 자매님이 저에게 서울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저는 마침 서울로 가는 길이라 저를 따라오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자매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자매님의 남편이 암 투병 중이었는데 제가 가서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형제님은 요셉으로 세례를 받았고, 돌아가셨을 때는 제가 장례미사를 해 드렸습니다. 그 자매님은 불교 신자였습니다. 처음 용문 역에서 저를 보았을 때, 믿음이 갔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의 모습이 선하게 보였나 봅니다. 자매님은 그 뒤로 제가 매일 아침에 마실 수 있도록 홍차, 보이차, 녹차를 주십니다. 이 또한 작은 인연이 저의 삶에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제게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명동에서 남대문 시장까지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여행객이 저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저의 복장을 보고 제가 신부인지 알았다고 합니다. 부산까지 가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은 캐나다에서 온 여행객인데 그만 여권과 지갑을 분실했다고 합니다. 부산에 아는 분이 있는데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합니다.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부산가는 차가 있으면 얻어 타고 가겠다고 합니다. 대사관에 분실신고를 했는데 5일은 걸려야 신용카드와 여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마냥 걸어가는 그 여행객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24년 만에 한국을 찾아왔는데 그 추억이 괴로움뿐이라면 안 좋을 것 같았습니다. 정처 없이 걸어가는 그분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분이 캐나다로 돌아갈 때, 기분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어떤 분은 사기꾼에게 속은 거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만일 그분이 정말 여행객이고, 고통 중에 있었다면 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독화살의 비유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젊은이가 화살을 맞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토론을 합니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은 어디인지, 누가 화살을 쏘았는지, 독은 어떤 종류인지, 왜 그 젊은이는 그 길을 걷고 있었는지, 젊은이가 누군가에게 잘못을 한 것은 없는지 토론을 합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말없이 젊은이에게 다가가서 상처 난 곳을 살펴보았고, 약을 발라 주었습니다. 화살을 맞은 젊은이에게는 많은 토론보다는 지금 당장 상처를 치료받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비슷한 비유를 하셨습니다. 바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야기입니다. 길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율법학자는 이방인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자리를 피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안식일에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자리를 피합니다. 사제는 다른 일이 있다고 하면서 자리를 피합니다.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은 즉시 아픈 사람을 업고 여관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합니다. 여관 주인에게 돈이 더 들면 오는 길에 주겠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누가 강도를 당한 사람의 이웃입니까?

 

돈이 있어서, 여유가 있어서, 능력이 있어서 마음이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은 아닙니다.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에파타마음이 열리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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