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09 조회수1,045 추천수10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5년 9월 9일 연중 제23주간 수요일
 
Blessed are you who are poor,
for the Kingdom of God is yours.
(Lk.6,20)
 
 
제1독서 콜로 3,1-11
복음 루카 6,20-26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 저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육남매나 되었지만, 바로 위의 형님과 네 살 차이나 나서 함께 놀 수 있는 것도 없었고, 형 누나들이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나면 집에는 늘 어머니와 저뿐이었지요. 또한 집이 약간 외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동네에 제 또래도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벌건 대낮에도 텔레비전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게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요. 당연히 스마트폰도 물론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척 심심할 것만 같은 상황 같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과연 나는 심심했는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홁 장난을 하면서 하루 종일 혼자 놀았던 적도 있었고, 혼자서 딱지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종이를 동그랗게 말아서 혼자 야구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혼자서도 이렇게 잘 놀았기에 신부로 독신을 지키면서도 심심해하지 않고 잘 노나 봅니다).

그 어떤 것을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심심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과연 지금 현재를 살면서 당시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책도 없는 무인도에 갇혀있다고 상상하면 심심해서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여러 가지 것들에 길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정상이고, 많이 가지고 있어야 편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 많은 것들에 길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떤 작은 것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요. 그만큼 창의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세상에 대한 물음표를 안고 살았기 때문에 접하는 모든 것이 놀이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는 물음표보다는 마침표를 안고 살게끔 합니다. 그러다보니 놀 것이 많이 있어도 놀지 못하고, 어린아이조차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세상의 기준을 내세워서 “이것 이렇다.”라고 단정 지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게 하는 마침표의 삶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물음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행복과 불행의 선언을 하십니다. 그런데 세상의 기준을 내세우는 마침표의 삶을 통해서는 이 선언을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박해 당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습니까? 또한 우리들이 원하고 부러워하는 배부른 사람, 웃는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하니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주님의 기준은 세상의 기준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우리의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기준을 내세워 단정 짓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기준을 내세워서 또 다른 가능성을 찾고 사랑으로 다가서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된 뒤에도 예술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파블로 피카소).


이스라엘의 행복선언 성당 외부.

 

약간의 다름을 인정합시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2,000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대략 25,000개의 유전자 서열을 푼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인간 존재가 대략 99.9% 동일하며, 인종간의 차이보다는 각각의 인종 안에서 한 개인의 유전적 구성의 다양성이 더 크다고 발표했지요.

저 사람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났습니다. 우리 모두가 문자 그대로 같은 가족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적대시하고 싸우려는데 급급할까요?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임을 기억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이스라엘의 행복선언 성당 내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