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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3 주일/ 기 프란치스코 신부 - 말씀을 경청하며 묵묵히 실천하는 신앙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2 조회수96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24주일 마르 8,27-35(15.9.13)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7)



“Whoever wants to be my disciple must deny themselves and take up their cross and follow me.”


 



♣ 말씀을 경청하며 묵묵히 실천하는 신앙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통이라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정의와 인권을 위해 움직여 보고, 정치권을 향하여 공동선을 위한 사회변화를 부르짖어 봐도 소용이 없고 오히려 박해를 받을 때 답답해지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열심히 살려고 몸부림쳐 봐도 출구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하곤 한다. 이런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믿음을 살아내야 할까?

제1독서는 유배시대의 예언자 제2 이사야가 전하는 ‘주님 종의 셋째 노래’이다. 유배시대는 단지 재산을 약탈당하고 억압과 차별을 받는 것을 넘어 유일신 신앙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맞았던 때였다. 이때 고난 받는 종은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고 고백한다(이사 50,6).

어떻게 그런 고난과 수모와 모욕을 견디어낼 수 있었을까? 고난 받는 종은 “주 하느님”이란 호칭과 그분께서 “내 귀를 열어주시고”(50,5), “나를 도와주시며”(50,7.9) “가까이 계신다”(50,8)는 표현을 통해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고백한다. 그가 심각한 신앙의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 때문이다. 그는 그 힘으로 ‘지금 여기서 겪고 있는 고통’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고난 받는 종은 역사의 하느님, 곧 이스라엘이 걸어왔던 과거를 숙고하고 그 여정에서 늘 함께하시며 구원과 해방의 길로 이끄셨던 주님의 손길을 기억하였던 것이다. 그렇다! 참 신앙은 이렇듯 일시적으로 일어나 지나가버릴 현상에 매이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영원의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고 함께하시는 사랑과 창조의 하느님의 눈으로 보고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바로 참 신앙이다.

차별과 억압, 빈곤 등으로 사회가 병들고, 불의에 맞서 노력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는 듯 보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그러나 역사 안에서 결국 우리를 지켜주시고 자유와 해방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주님께 희망을 두고 꿋꿋이 걸어가자. 고난 받는 주님의 종이 그러하였듯이!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를 실천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말씀의 경청’을 통한 주님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이다. 이사야는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50,5)고 말한다. 곧 말씀을 경청하여 하느님께서 내 안에 살아계실 때 그 힘으로 고난을 견디어낼 수 있게 되고, 현상을 넘어선 역사의 하느님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믿음은 그저 추상적인 사변이나 내면적인 충만함의 체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실천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믿음과 실천의 구분이 아니라 믿음의 표현으로서의 실천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공부나 묵주기도는 열심히 하면서 이웃과 이 사회의 아픔에 대해 사랑으로 직접 동참하는 실천이 없다면 그런 믿음은 거짓임이 분명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르 8,29) 하고 물으셨던 그 질문을 오늘 나에게 던지신다. 우리는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 질문 앞에 베드로처럼 ‘영광의 그리스도’에 갇히지 말고,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임을 통해 사랑의 구원을 이루신 그리스도를 삶으로 고백할 수 있어야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8,35)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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