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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부끄러운 기억 하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3 조회수93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부끄러운 기억 하나


 

 

초보 수도자들의 수련장 역할을 할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수련장은 수도회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 수도자들의 전반적인 양성을 책임져야 하니 어깨가 많이 무겁습니다. 수련장은 이태리어로 Maestro, 영어로는 Master, 그러니 말마디 그대로 스승이요, 바꿔 말하면 수도자들을 만드는 장인(匠人)입니다.


 

주어지는 일은 미우나 고우나 늘 붙어있으면서 제발 인간되라고 잔소리하는 일입니다. 목표치를 설정해주고 밀어붙이면서 자극도 줘야 합니다. 그러나 마냥 그래서는 어린 수사님들이 견뎌낼 재간이 없습니다. 때로 상담가가 되어 위로도 해줘야 하고, 격려도 해줘야 하고 박수도 쳐줘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을 바꿔가며 사용하면서 수도자로서의 틀을 만들어주는 ‘3D'업종 종사자가 수련장입니다.


 

자주 불러 모아놓고 ‘한따까리 ㅋㅋ’도 해야 합니다. 수도자 될 사람이 이래도 되냐? 저래도 되냐? 기도시간 적어도 10분 전에는 딱 나타나 있어야 된다. 묵상 시간에 졸면 어떡하냐? 나중에 사목자요 공인이 될 사람이 밥 먹을 때 그렇게 소리를 내냐?


 

그래놓고 나중에는 제가 자충수에 빠지곤 했습니다. 어떤 때 수련자들은 다들 기도시간에 나와 있는데 제가 제일 늦기도 했습니다. 다들 진지하게 묵상에 전념하고 있는데, 저만 묵상 시간에 쿨쿨 정신모르고 잘 때도 많았습니다.


 

예리한 수련자들은 그런 순간을 또 놓치지 않습니다. 딱 기억해놓았다가 자기들끼리 두고 두고 수군거립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기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아보니 제일 미안했던 부분입니다. 내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형제들에게 강하게 요구할 때입니다. 사실 내 흠집이 가장 큰 것이 분명한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형제들의 작은 흠집에 연연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름 ‘스승’이라고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던 사람들의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가봅니다. 특별히 예수님 시대 속에 든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잔뜩 폼만 있는 대로 잡고 다니던 스승이 많았습니다. 이런 스승들을 향해 날리는 예수님의 직격탄은 속이 다 시원할 정도입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루카복음 6장 41절)


 

나름 스승으로 사는 사람들, 우리 사회와 교회의 지도층 인사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관건은 언행일치입니다. 이웃을 바라보기에 앞서 내 발밑을 먼저 자세히 살펴보는 일입니다. 나란 모순덩어리의 존재를 알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일입니다. 언제나 상대방 입장에 서보는 일입니다. 늘 겸손한 태도로 이웃들의 의견을 구하는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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