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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4 월/ 기 프란치스코 신부 - 고통을 받아 지는 십자가 현양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3 조회수1,252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월 요한 3,13-17(15.9.14)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4)


 
  
Must the Son of man be lifted up





 고통을 받아 지는 십자가 현양

십자가는 달리 표현하면 고통이요 희생이다. 인간의 행복은 누구나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과 희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고통 자체가 없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며, 고통스러울 때 자신을 비하하고 열등감과 체념 속에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오늘의 말씀들은 고통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의 길을 보도록 이끌어준다.

요한 복음사가는 하늘에서 내려온 예수님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3,13)고 말하며 예수님과 성부와의 신적 일치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고통의 정점인 십자가상 죽음을 받아들이셨다. 그 이유는 오직 그분을 믿는 사람은 모두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었다(3,15 참조).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신 것이다(3,16).

십자가 그 자체는 고통, 불의, 실패, 절망, 수치, 치욕, 파멸, 죽음 등을 상징한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지극한 사랑으로 고통의 극치요 수치와 파멸과 죽음의 표지인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믿는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셨다. 그 결과 십자가는 생명과 사랑, 빛과 기쁨의 표지요 행복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어떻게 일상의 삶을 통하여 십자가를 현양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하셨음을 굳게 믿어야 한다. 삶이 팍팍해지고 예기치 못한 고통을 겪을 때 우리는 자주 이 근본적인 사실을 낭만에 초치는 소리라고 무시해버리고 딴데로 마음을 돌려버리곤 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십자가의 구원의 힘에 대한 믿음 위에서 기쁘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십자가를 져야 한다. 마지못해 지는 십자가는 더욱 무겁게 다가올 뿐이며 십자가 모욕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인류를 위해 사랑으로 십자가에서 목숨을 바친 예수님의 그 사랑으로 기꺼이 십자가를 져야 한다. 예수께서는 죽음을 생명으로 되돌려주시기 위해 ‘비우시고’(필리 2,7), 낮추시어 죽기까지 순종하시지(2,8) 않으셨는가!

십자가를 현양하는 삶은 거창한 것도 저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지금 여기, 일상의 삶에서 고통스럽고, 피곤하고, 하기 싫은 일, 불편한 관계, 사회의 불평등과 불의, 생활고 등 수없이 많은 십자가 상황을 묵묵히 십자가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이 바로 십자가 현양이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울 때 십자가 현양이 사치스런 말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고통의 한복판에서 행복의 길로 나가는 유일한 길은 예수님처럼 비우고, 낮추고, 작아지는 자세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잊지 말자! 늘 그분이 나와 함께 아파해주시고 함께 십자가를 져 주고 계심을 믿으면서...

우리네 삶 자체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사랑의 견딤과 순종의 길이다. 고통을 견뎌내는 힘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뿐이다. 고통이 문제가 아니라 고통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되리라! 고통을 내 힘으로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셨던 그분에 대한 회상을 통해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인생길을 사랑으로 그분의 십자가 길을 따라가는 순종의 길이다. 이제 사소한 고통이나 불편함에도 투덜거리는 유아적 태도를 버리고,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죽으신 분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사랑의 받아들과 견딤을 통해 십자가를 현양하도록 하자!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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