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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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5 조회수1,568 추천수13 반대(0)

지난 토요일에 혼배미사주례를 하였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직업이 의사였습니다. 강론 중에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위로와 기쁨 그리고 관대함과 여유를 처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신부는 신랑에게 사랑과 믿음 그리고 진실과 온유함을 처방해 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지극한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앞길에 하느님의 축복과 사랑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했습니다. 두 분의 앞날에는 시련과 고통도 찾아 올 것입니다. 그런 시련과 고통을 디딤돌로 삼아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날 혼배미사는 제게 강의를 들었던 신부님이 함께 집전을 하였습니다. 사제 생활 2년이 된 신부님입니다. 신부님께서 제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사제가 되면 신학교 쪽은 쳐다보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학교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신학교 생활은 공동체 생활이고, 규칙적인 생활이고, 기도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원하면 책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운동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학교에 있을 때는 그런 것들이 구속이고, 굴레이고, 자신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본당에서 지내면서 신학교 생활이 너무나 그립다고 합니다.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답답했다고 느꼈던 시간들이 생각해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고 합니다.

 

사제가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신학교보다 훨씬 자유로울 것 같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제가 되면 주어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청년들도 만나야하고, 봉성체도 다녀야 하고, 상담도 해야 하고, 일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본당 신부님과 의견이 다를 때는 설득을 해야 합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결과가 신통하지 않을 때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신학교 생활이 모판에 심어진 벼와 같다면 사제 생활은 이제 논에 심어진 벼와 같은 것입니다. 온 몸으로 햇빛을 받아야 하고, 가뭄도 견디어야 하고, 옆에 자라는 잡초와 경쟁해야 하고, 어디선가 날아오는 병충해도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견디면 모판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결실을 맺게 되는 것입니다.

 

개신교회에는 없고 성당에는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제대 뒤편에 있는 십자가상입니다. 요즘은 승천, 부활의 십자가상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당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 시작되었음을 잊지 말자는 다짐인 것입니다. 성당 양 옆 벽면에는 십자가의 길이 있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신앙의 길은 예수님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를 따라서 지고 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오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어머니시고, 승천하셨으며, 천주의 모친이 되셨지만, 많은 고통을 간직하고 사셨습니다. 교회는 성모님의 고통을 성모칠고라고 이야기 합니다. ‘괴로움을 당하리라는 시몬의 예언을 들었을 때, 이집트로 피난 갈 때, 예수를 잃고 찾아 헤맬 때, 십자가를 진 예수를 만났을 때, 못 박혀 죽은 예수 앞에 섰을 때, 십자가에서 예수의 주검을 내렸을 때와 묻을 때 겪은 고통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분이 당신의 어머니십니다.’ 사랑을 받던 제자는 이제 성모님을 자신의 집에 모셨다고 성서는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고통의 바다에 떠있는 작은 배와 같습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과 갈등, 고통과 절망을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우리는 힘들지만 고통의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함께 기도하면서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면 우리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 희망의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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