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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7 목/ 기 프란치스코 신부 - 화석이 아닌 창조의 영성으로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6 조회수1,084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24주 목 루카 7,36-50(15.9.17)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7,47)


 
Jesus with sinned woman





 화석이 아닌 창조의 영성으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다.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고, 부나 건강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만나는 사람이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모든 게 변한다. 이 평범한 진리를 머리로는 알면서도 무의식 중에 고정관념이나 선인견, 편견, 획일화된 사고의 틀로 모든 것을 바라보며 거기에 안주하는 때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태도에는 인간의 완고함과 안일함이 배어있다. 하느님은 굳어버린 과거의 화석이 아니라 늘 새로운 창조를 이루시는 분인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사이의 집에 초대받으셨는데 죄인인 여자가 그 사실을 알고 그분을 찾아왔다. 죄인인 그녀가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은 죄를 사랑으로 되돌리신 주님을 향한 간절한 사랑의 발걸음이었다. 예수님을 찾아온 그녀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7,38)

죄인인 그녀는 이미 용서 체험을 통해 회개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웅크리고 있던 죄를 떨쳐버리고 사랑을 향한 변모(Tranformatio)를 하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자신의 영혼에 자리잡고 있던 죄가 아니라 사랑으로 변모된 ‘향유’가 들려 있었고, 그녀의 눈에서는 어둠을 씻어내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 눈물은 사랑의 용서에서 흘러내리는 은총의 폭포수와 같은 것이었다.

이 여인은 이제는 죄가 아니라 사랑으로 사랑이신 예수님의 발을 적셨고, 사랑이신 분의 발에서 그 눈물을 자신 안으로 거둬들이고는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며 회개의 표지인 순수한 사랑의 향유를 발라드렸다. 이렇듯 죄인인 여인은 더 이상 죄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주시는 창조의 하느님을 향하여 변화되어갔다. 죄 중에 있던 그녀는 영적으로 유연하게 창조의 여정을 간 것이다.

한편 바리사이 시몬은 이미 회개의 여정을 시작하여 새롭게 변화되어 사랑이신 분과의 일치를 행동으로 보여준 그 여자를 여전히 죄인으로 단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몬은 그 여인과는 달리 자신의 집에 들어온 예수께 발 씻을 물조차 드리지 않았고, 이마에 입을 맞추지도 않았으며, 기름을 부어 발라주지도 않았다. 그는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을 향해 가장 기본적인 사랑도 행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모두 사랑하신다. 문제는 그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바리사이의 문제는 매순간 늘 모든 것을 통하여 창조를 이어가시는 하느님을 믿지 않고 새로운 눈으로 보지 않은데 있다. 우리도 시몬처럼 세상사나 죄 중에 있는 어떤 사람을 선입견과 편견으로 바라보지 않은지 돌아봐야겠다. 이웃이나 세상의 죄악을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는 하느님이 아니신가!

창조의 하느님은 누구든 과거의 화석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으신다. 용서와 사랑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가도록 당신의 창조를 이어가신다. 죄인인 이 여인이 하느님의 창조 안에서 회개하고 변모를 하여 큰 사랑을 드러내게 된 것은 그만큼 많은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이다(7,47). 그렇게 고정관념을 버리고 ‘누구든’ 하느님의 사랑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알아차렸으면 한다.

이제 어떤 사람이든 과거의 시점에서 보고 알았던 그대로 판단하지 말자! 오늘의 죄인이 내일의 성인이 될지 누가 아는가? 창조 영성을 사는 이는 선과 악, 빛과 그림자, 위대한 것과 하찮아 보이는 것, 사람과 피조물, 정의와 불의 그 모든 것을 사랑으로 새롭게 창조하시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다. 스스로는 고정관념과 과거의 틀을 버리지 못한 화석처럼 살면서 용서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 길을 가는 여인을 영원한 죄인으로 못박는 또 다른 시몬이 되지 않기를 다짐해보는 하루였으면 한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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