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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8 금/ 기 프란치스코 신부 - 사랑의 여정에 함께한 제자들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5-09-17 조회수1,518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24주 금 루카 8,1-3(15.9.18)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루카 8,3)



Galilean women follow Jesus




 사랑의 여정에 함께한 제자들  

우리는 살아가는 방식이나 처지가 모두 다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개별적이고 고유한 성격과 특질을 지니고 있고 성장 배경도 다르니 그건 당연하다. 그러나 어떤 처지에 있든 우리는 개별 은사와 소명을 받지만 동시에 공통 소명을 받았다. 그것은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투신하는 사랑의 소명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차별도 변명도 있을 수 없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시고 온갖 차별을 없애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해준다. 예수님께서는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셨고(7,11-17),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병을 앓는 부인을 고쳐주셨다(8,40-56). 예수님의 이런 사랑에 호응이라도 하듯 여자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받으시고 골고타 언덕으로 가실 때 가슴을 치고 통곡하였으며(23,27),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에도 ‘갈릴래아에서 그분을 함께 따라 온 여자들’(23,49)이 지켜보았으며 무덤에 묻히실 때에도 그분의 시신을 어떻게 모시는지 지켜보았다(23,55).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활약상을 다룬 오늘 복음의 대목에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과 더불어 여자들을 그분의 제자로 소개한다. 이 여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복음을 전하시는 여정에 함께하면서 열두 제자들에게 시중을 들었다(8,2-3). 여기서만 막달레나 마리아, 요안나와 수산나와 같은 여자 제자들의 이름이 소개된다. 루카는 여자 제자들의 이름과 활동을 소개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예수님의 각별한 관심과 그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전례적, 교육적인 차별들이 있던 그 시대에 여자들을 제자공동체의 동등한 일원으로 받아들이시고 배우도록 하셨다. 고대 지중해에서 여자들은 종종 후원자로서 종교적 스승들을 섬기기도 했다. 후원자 중에는 재산이 더 많았던 남자들이 여자보다 열 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예수시대에 여자들이 예수님의 남자 제자들과 함께 여행하고 함께 제자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눈에 거슬리는 일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회관습’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여자들을 제자공동체에 받아들이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여정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재산으로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돕도록 하셨다(8,3). 이처럼 예수님과 제자 집단의 중심은 율법이 아니라 예수 자신이었다. 사랑 실천에 있어서는 성의 차별도 각자의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 이념 등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 모두는 사랑을 위해서 존재하며 사랑 앞에 그 누구도 제외되지 않는다.

영적 추수를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나 자신도 존재의 중심에 무엇을 품고 살아가는지 바라본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눈으로 만들어놓은 관념과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 복음 위에서 힘을 발하는 조직이나 법, 경제 가치에 기초한 효율성과 가시적 성과에 종종 시선을 빼앗기는 나를 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흐려지곤 하는 마음자리를 다시 추슬러야 할 때이다.

여자들을 하느님 나라의 기쁜소식을 전하는 제자공동체에 동등한 제자로 받아들이셨던 예수님처럼 사랑을 위해 굳어진 생각의 자리와 보이는 허상을 좇아서 이것저것을 가리는 분별심을 버려야겠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자신들의 피와 땀, 곧 삶 전부인 재산을 바쳐 그 곁에서 제자들을 말없이 섬겼던 여자들의 그 거룩한 사랑의 순종을 깊이 새겨보는 오늘이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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